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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카르텔의 중심, 이재명은 아까운 후보"…이해찬 회고록에 담긴 인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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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같은 인물이 카르텔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검찰, 언론, 관료집단을 부유층, 기득권층의 2세가 차지하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 ‘보수적 엘리트 카르텔’을 지목하면서, 이를 상징하는 인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언급했다. 21일 펴낸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를 통해서다.
이 전 총리는 최민희 전 의원과의 대담 형식 회고록에서 “한국 사회 최고 엘리트의 기득권 카르텔이 모든 분야에서 작동한 선거였다”는 최 전 의원의 지적에 “강남 3구 출신, 특목고 출신, 스카이 대학(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공무원 사회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공정하게 시험을 쳐서 뽑는다는 것이 사회구조적으로는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며 “보수적인 엘리트 카르텔이 각 분야를 좌지우지할 테니, 우리 사회 장래로 볼 때는 굉장히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된 패인도 이 같은 기득권 카르텔과 계급투표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쪽의 비리 의혹은 증거가 나와도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언론은 외면해 버린 반면, 이 후보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의혹을 부풀렸다”며 “언론의 사유화, 보수화가 심각하다. 진보적인 유튜버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와도 이어진다. 이 전 총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인사실패 사례”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은 선거 중에도, 당선된 후에도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저 ‘정권교체’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계급투표와 관련해서도 "(대선에서) 강남3구만이 아니라 강동구 용산구 등에서도 우리가 졌다. '이익투표', '계급투표' 경향이 더 강화된 것 같다"면서 "부동산이라는 물질적 욕망이 깔려 있고, 의식도 보수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너무 아까운 후보다, 굉장히 좋은 후보였다, 정치권에 이 후보처럼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는 “소년공으로 공장 다닐 때 야학 다닐 시간도 없었는데, 그러면서도 한 단계씩 극복해 나간 의지가 놀랍다”며 “다시 서민들, 노동자들 곁으로 돌아와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도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대선 이후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대표가 되기까지의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역할을 좀 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정치가 퇴행적으로 가면 안 된다”며 “당은 이재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가 되던 2015년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게 맞지만, 대선에 다시 출마하려면 당을 맡아서 제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2012년 대선 때는 당을 너무 모르셨어. 당을 한번 겪어봐야 되지 않겠나 싶었지”라고 했다.
‘개딸’로 불리는 2030 여성 중심의 이재명 지지층에 대해서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 전 총리는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처져 있다가 선거 막판에 자신(2030 여성)들이 지지를 드러내니 따라붙는 걸 보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며 “2030세대에 대한 당의 준비가 부족했는데 지금부터라도 조직적으로, 정책적으로 이들과 함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집권에 실패하며 결과론적으로는 오점을 남긴 자신의 ‘20년 집권 플랜’ 발언과 관련, 당내 개혁과 민생 의제 해결, 자치분권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한 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총선 압승에도 ‘기대한 만큼의 사회경제 개혁은 미진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관료제의 경직성 문제를 지목했다.
이 전 총리는 “충분한 준비를 못하고 정권교체를 하니 정책 오류도 생기고, 장관 임명도 늦어지고, 그러다 보니 관료 사회를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관료가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 지급도 완강하게 버텼다. 초과세수분까지 숨기면서”라고 했다.
그는 “집권당다운 면모를 갖추고 대선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 때는 그걸 못했다”고도 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상기하며 “’임기 중 1만 원까지 올린다’고 목표를 세웠으면 무리 없이 성공했을 텐데, 결과적으로 집권 첫해부터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린다는 저항에 부딪혔다”면서 “학자 몇 사람 주장으로 정책을 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높이 샀다. 그는 “대선을 치러 보면 시대정신, 당의 안정, 새로운 정책 등 여러 필수요소가 작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후보의 진정성”이라며 “문 대통령은 정책은 좀 약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런 진정성이 사람의 공감을 많이 얻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후보는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게임이 안 된다”고 촌평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의 ‘라이벌’이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서는 “김종인 같은 인물을 데려온 것은 패착이다. 당의 정체성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6년 총선 공천에 대해서도 “나만 잘라 버리면 (김종인 비대위가) 당을 장악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김종인은 나를 쳐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주변 비대위원들이 그러려고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전 총리 회고록은 민주화 운동 투신 계기가 됐던 1972년 10월 유신에서부터 2022년 대선까지 50년간의 정치 역정을 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다음 달 1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한 지 꼭 50년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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