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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신으로 '팍스 테크니카'도 주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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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다. 로마, 영국, 미국 등 시대를 주름잡던 강대국의 이름이 아니라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니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시대의 군사력 패권경쟁이 1990년대 구소련의 몰락 이후 세계화의 바람과 함께 경제력 패권경쟁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 기술이 국가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전략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주도하려는 국가들 간의 패권경쟁이 첨예화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5G와 같은 범용 디지털 기술들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와 5G를 상용화한 저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등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이며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 기술력을 추월했다. 특히, 중국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반도체 분야도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사례를 모방하는 과거의 추격형 연구개발 전략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생존을 담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최근 강대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글로벌 공급망의 지형도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술 블록화로 진행되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6월 새 정부는 디지털 분야에서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혁신 및 확산전략'을 마련했다. AI, AI반도체, 5G·6G, 양자, 메타버스, 사이버 보안을 6대 전략 분야로 정해 디지털 분야 국가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며, 연구개발 기획과 관리 방식도 정부가 기술 방식을 결정하는 데서 벗어나 각각 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 지향형과 기술 축적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 초기시장 조성과 사업화 등 연구개발 성과의 시장 확산을 지원하고, 디지털 분야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이끌 글로벌 톱(Top) 수준의 인재 육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은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 안보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기회는 위기 속에 있다. 과거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여 브로드밴드에 과감히 투자한 결과 디지털 산업이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적 IT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는 기술패권 경쟁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 전략자산인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해 팍스 테크니카 시대에서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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