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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을 보는 동유럽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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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동유럽 여러 국가를 방문했다.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그리고 헝가리의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과 대담을 나눴다. 냉전 시절 소련의 위성국가였고 지리적으로 전장과 멀지 않다는 공통점에도 불구,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먼저 폴란드. 폴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역사적으로 전쟁을 많이 치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 구소련의 침략(1939)과 냉전 체제에서 사회주의 위성 국가로 전락해 구소련 압박에 시달렸다. 당연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몹시 비판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재정 지원을 크게 하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쟁 난민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 폴란드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설움과 외로움으로 타국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난민과 생필품을 나누어야 함을 강조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주민들은 폴란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점을 드러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제1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이 전쟁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소수, 체코 사람들이 다수인 체코슬로바키아가 1918년 건립됐다. 이런 관계는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에 의해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이어졌다. 1993년 1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평화롭게 분할되었고, 두 공화국은 2004년 유럽연합(EU)에 동시 가입했다.
이번 방문에서 체코인들은 구소련이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짓밟았듯이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슬로바키아인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체코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체코가 구소련의 압박을 비난하지만, 1918년부터 70여 년간 자신들이 슬로바키아에 가했던 압력에 대해선 침묵한다는 것이다.
헝가리 주민들의 관점은 아예 다르다. 특히 구동독 시절 기자로, 그리고 통독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라우흐푸스(Peter Rauchfuss)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라우흐푸스 기자에 따르면, 헝가리는 러시아의 침략을 반대하지만, 두 국가 수뇌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 헝가리를 통한 전쟁물자 수송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헝가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동유럽 어느 나라보다 에너지 문제와 경제 침체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이런 행보를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헝가리 국민 다수는 정부의 대응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전쟁 당사국인 푸틴과 젤렌스키는 헝가리의 휴전 제안에 침묵하고 있다. 라우흐푸스 기자에 따르면, 두 국가 수뇌들의 이 같은 태도는 양쪽 모두 이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다.
그러면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얼마나 갈 것인가? 필자 질문에 10년 이상 장기화가 될 것으로 보는 게 헝가리인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미국과 서유럽이 지원을 계속함으로써 젤렌스키 정부가 승리를 자신하고 있고, 러시아의 푸틴 또한 장기전으로 갈수록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서유럽 국가들은 전쟁 종결에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구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령 푸틴이 죽거나 정권에서 물러난다 해도, 이는 전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 역사를 보면 실권자가 바뀌었지만 정책은 별 변화가 없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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