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출석해야"vs"김건희 여사도 나와야"...일단 던지고 보는 '증인 채택' 충돌

입력
2022.09.20 15:30
수정
2022.09.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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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 '문재인 국정감사 증인' 공방
국민의힘 "성역 없다" VS 민주당 "선 넘었다"
국감 증인은 여야 합의로 채택... "정쟁 반복"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켜 줄 것을 요구합니다."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난데없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이 호명됐다.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인 신원식 의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각종 안보 사안을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문 전 대통령의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나선 것.

신 의원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기무사 문건 논란 등을 거론하며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만큼 문 전 대통령에게 따져 보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성역은 없다"는 취지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물어보겠다는 데 뭐가 잘못됐나", "국가안보를 문 전 대통령이 잘했으면 불렀겠냐"며 거들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많은 우려와 당황스러움을 표한다"고 유감을 표했고, 민주당 의원들 역시 "금도를 넘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의 안보와 미래를 논해야 할 국방위가 정쟁의 한복판에 섰다.

국민의힘 "문재인 증인으로 불러야" VS 민주당 "선 넘었다"

2015년 9월 11일 국회 국방위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방위 소속 의원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노트북을 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5년 9월 11일 국회 국방위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방위 소속 의원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노트북을 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방위 소속 김영배 의원은 20일 YTN 라디오에 나와 "아무런 혐의도 없는 일에 전직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것은 정쟁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날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이 제기한 '배후설'도 꺼내 들었다. "여당 지도부에서 의도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져서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는 것.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가 목적이라는 거다.

격앙된 민주당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도 국감장에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른바 맞불작전이다. 김 의원은 "김 여사를 둘러싼 대통령실 관련 각종 의혹들이 많은데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자고 국회 운영위나 법사위에서 주장한다면 이게 정상적인 국정감사라고 볼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전직 대통령·대선주자 겨냥 '증인 전쟁' 반복... 번번이 무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진행한 특별기자회견 모습. 손용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는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진행한 특별기자회견 모습. 손용석 기자

전직 대통령이 국감 증인 요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는 전직 대통령, 유력 대선주자 등 상대 진영의 최고 수장을 타깃 삼아 증언대에 세우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2013년 국정감사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주장했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유력 야권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등을 따져 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야의 이 같은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여야 합의로 이뤄지는 만큼 양쪽 공히 처음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전직 대통령이나 유력 대권주자 증인 채택에 목을 매는 건, 다분히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국감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용 또는 흠집내기용 노림수로 볼 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에서 이번에 제기한 문 전 대통령 증인 출석 요구를 두고 "뻔하지 않냐.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건데 쓸데없는 짓"이라고 일갈한 건 그래서다.

국감 정국 주도권 잡기 위한 기선제압용... 진중권 "쓸데없는 짓"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의혹을 직접 방어하기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경우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의혹을 직접 방어하기 위해 정면돌파에 나선 경우다. 국회사진기자단

"전직 대통령을 그렇게 함부로 다뤄서 되겠는가."

2015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비판하며 쏘아붙인 말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를 따지겠다며 국회에선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위가 열렸는데 여야는 'MB 증인' 채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해외자원개발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았던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 업무라는 '통치행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을 부른다면 아마 대통령 그만둔 후에 모든 정책에 조그만 문제점이 있어도 야당이 부르자고 하면 이게 선례가 돼 계속 부르게 될 것이다. 이건 아주 나쁜 선례다.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180도 달라진 여야의 입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들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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