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MZ세대의 무지출 챌린지

입력
2022.09.19 18:00
26면
구독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있는 무지출 챌린지 관련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라있는 무지출 챌린지 관련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소비 단식에 나서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간식 초코파이까지 9년 만에 가격을 인상하는 유례없는 물가고와 주식과 가상화폐 하락 등 투자시장의 몰락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이 극단적 절약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자신의 현재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돈을 쓴다는 이른바 욜로(YOLO)를 추구했던 청년들이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 무지출 챌린지에 나서는 청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무지출 챌린지라는 키워드에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2,300개가 넘는다. 필수 지출(교통비, 주거비 등)을 제외하고 지출을 최소화한 뒤 가계부를 SNS에 올려 인증하는 방식으로 성취를 자랑한다. 17일 연속 무지출에 성공했다는 한 여성은 12봉지에 2만 원 하는 냉동볶음밥(300g)으로 2주간 점심 대용을 했고, 식후 생각나는 커피는 건강관리앱에서 모은 포인트로 결제했다고 성공기를 공유했다. 과도한 소비억제의 반작용으로 돌발적 과소비 욕구가 생기려 할 때면 무지출 가계부를 재테크 게시판에 올려 사람들에게 응원받고 도전을 계속할 동기를 부여받는다거나, 사고 싶은 물건 생각이 안 나도록 일부러 회사 일을 벌인다는 ‘꿀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열광적인 댓글이 따라붙는다.

□ 무지출 챌린지의 유행을 소비뿐 아니라 소비를 억제하는 행태까지 SNS에 노출하는 청년들의 ‘놀이문화’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에 취약한 청년들의 고단한 상황을 반영하는 풍속도다. 소득은 적고(20대는 40대의 58.3%, 2020년) 부채는 많은 20, 30대(전세자금 대출의 57.7% 차지, 2022년 4월) 청년들의 낮은 구매력이 고물가, 고금리 상황과 만나 빚어지는 현상이다.

□ 이 현상을 그나마 아껴쓸 돈이 있는 중산층 청년들의 놀이로 폄훼하는 시각도 있다. 진짜 빈곤층 청년들은 이런 데 동참할 돈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전히 20, 30대는 명품소비의 새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 주요 백화점 명품 구매 구성비 중 20~30대의 비중은 45%를 넘었다. 굳이 극단적 양극화라는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되겠다.

이왕구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