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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천 교각이 퇴적물 끌어들여 보 역할... 물 흐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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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유량이 적은 건천(마른 하천)이었지만 이달 초 집중호우에 범람한 경북 포항시 냉천은 홍수에 대응하기 어려운 여러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하천 주요 교량의 교각이 집중호우 때 퇴적물을 끌어들여 물 흐름을 방해했고 △하상(하천 바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준설(바닥 토사 제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하천 전 구간에 홍수 조절을 위한 시설물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람한 하천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덮친 사고(6일)가 발생한 지 9일이 흐른 15일. 누런 흙탕물로 가득 찼던 냉천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처럼 마른 하천으로 돌아가 있었지만, 상류에서 흘러온 퇴적물이 다리와 하천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특히 주요 다리의 교각 주변에는 토사와 나뭇가지가 뒤섞인 수 미터 높이 퇴적물이 새로 생겼다.
주차장 침수 사고가 났던 아파트 단지에서 하류 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인덕교에는 퇴적물이 교각을 중심으로 쌓여 다리 상판 턱밑까지 차올랐다. 집중호우 당시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 등 퇴적물 때문에 교각 주변 하상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다리나 제방 밖으로 물이 넘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결국 교각과 퇴적물이 사실상 보(洑) 역할을 하면서 물의 흐름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양쪽 제방 밖으로 물이 넘쳐 흘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각 퇴적물이 홍수로 이어졌다는 점은 하천 관리주체인 포항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덕교뿐 아니라 냉천에 놓인 모든 교량의 교각이 폭우가 왔을 때 물 흐름을 막는 문제가 있다”며 "포항 하천의 모든 다리를 전면 점검해 필요할 경우 교각 없는 다리로의 교체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최근 10년간 냉천의 바닥을 파내 물길을 넓히는 준설 사업이 아예 없었다는 점을 홍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냉천 일대를 지역구(오천읍)로 둔 박칠용(60) 포항시 의원은 “2012년 하천 정비 일환으로 포항시가 냉천에서 ‘고향의 강’ 사업을 시작했지만 치수대책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후 냉천에서 준설 작업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냉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준설 사업이 없는 동안 하천 바닥이 계속 높아져 왔다고 증언했다.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조모(55)씨는 “과거에 있었던 하천 주변 지형물이 퇴적물에 쌓여 모두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최근 15년간 하상이 최소 1.5m는 높아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준설 작업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이강덕 시장은 “건설업체들이 골재를 하천에서 가져가지 않으면서 준설이 원활하지 못했다”면서도 “냉천의 경우 비가 올 때마다 교각 주변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준설을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천 형상이 인위적으로 바뀐 것 역시 홍수의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류에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하천 방향이 45도가량 꺾였고, 이 영향이 장기간 지속돼 하천 폭이 최소 3분의 1가량 좁아졌다"며 "냉천이 범람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냉천이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발원해 동해로 빠지는 19㎞ 구간 안에 홍수 조절을 위한 시설이 전혀 없었던 것도 범람의 원인 중 하나다. 환경부가 2020년 4월 발표한 ‘전국 하천유역 홍수량 산정 보고서’를 보면, 냉천을 포함하는 대종천 권역 전체에서 홍수조절 효과가 있는 시설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람 위험에 대비해 물을 담아두는 천변 저류지 등이 냉천 일대에 하나도 조성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2012년 수립된 하천기본계획에 의해 냉천이 감당할 수 있는 홍수량보다 좌우 제방 높이를 1m가량 높였는데, 그것이 (냉천에 있는) 일종의 홍수 방어기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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