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대통령 아들도 구속한 위기의식 있는가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민심에 예민한 정치인이었다. 대표적인 일화가 임기 말 차남 김현철 당시 민주사회연구소장의 구속을 지시한 일이다. 세간에 김 소장이 한보 특혜의 배후라는 소문이 나돌자 YS는 검찰에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가 나섰는데도 이렇다 할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검찰총장이 죄가 없다고 보고하자 YS는 수사가 미진한 게 아니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현직 대통령 아들을 봐준 수사 결과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후 구원투수로 나선 심재륜 수사팀이 찾아낸 돌파구는 별건수사였다. 대선 과정에서 김 소장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중 쓰고 남은 66억1,000만 원을 차명으로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한보 특혜와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YS는 아들의 구속을 지시했다.(‘김영삼 재평가’ㆍ오인환)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출범 100일도 안 돼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부랴부랴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고 쇄신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애매모호하다. 추석 전 대통령실 개편이 있었지만 정권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정무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앞장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대신 50여 명의 행정관들이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실무진만 바꾸는 물갈이는 처음”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당도 아직 미로에서 헤매고 있다. 직전 당대표의 몽니에 허술한 법적 대응을 한 대가다. ‘윤핵관’이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감동은 주지 못했다. 배후에선 여전히 정권 실세로 행세하다가 종종 덜미를 잡힌 까닭이다.
쇄신 결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추석 연휴 이후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 평가가 50%대 후반에서 오르내린다. 외생 변수에서 기인한 경제위기나 여소야대 국회 탓만 할 때가 아니다. 정말 윤석열 정부가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전 정부의 실패 들추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정교한 국정 목표와 비전을 보여주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이재명 기소가 정당하다’는 여론만큼이나 김건희특검법 찬성이 많은 게 현실이다. 죄가 없으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상식 아래 자기 편도 공정하게 다루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용산 영빈관' 신축 계획이 알려진 뒤 김 여사로 불똥이 튈 조짐이 보이자 급히 계획을 철회한 소동을 보면 과연 집권세력이 민심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의 최후는 비참하다. 제 살 깎는 심정으로 자식을 구속시킨 YS도 이 굴레를 피하지 못했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아무 개혁도 하지 못한 채 민주당에 정권을 다시 내주게 될 것”(안철수 의원)이라는 경고가 이미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냄비 속 개구리는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조금씩 견디다 죽는다. 지지율이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차 있거나 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려고 하면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