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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과식으로 살찌면 생각보다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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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오랜 무더위와 거친 태풍이 지나가고 청명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온갖 과일과 곡식이 풍부해 마음도 풍요롭다. 연휴가 길어 편히 쉴 시간도 충분하니 직장인에겐 연중 가장 좋은 때다.
음식이 풍족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 운동은 덜하면서 먹는 건 평소보다 더 많다. 아무리 다이어트가 중요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척 친지들과 같이하는 자리에서 나 혼자 명절 음식을 돌 보듯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국 과식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며 마음껏 먹게 된다. 추석에 실컷 먹은 뒤 다이어트를 바싹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잔뜩 먹고 나서 그득한 배를 부여안고 괜히 그랬다는 자책마저 한다.
단기간 폭식으로 과잉 섭취한 칼로리를 나중에 그만큼 다이어트나 운동을 열심히 해 소모하면 본전 찾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해본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류가 음식을 아무 때나 걱정 없이 먹게 된 지 얼마나 될까? 오래전 우리의 인류 선조들은 끊임없이 허기에 시달렸을 것이다. 어렵게 성공한 사냥 후나 곡식, 과일이 여무는 좋은 시절에나 원 없이 먹었지 그 외에는 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류의 유전자는 음식을 섭취하면 가능한 한 지방으로 축적해 보관하려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자연 선택으로 인해 이런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류만이 생존해 왔고, 음식이 넘칠 정도로 풍부해진 현 시대에도 유전자는 과거 그대로 ‘먹어 지방으로 보관하자’를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만은 현대 인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겪어야만 하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인류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지방 축적’ 유전자가 이제는 거꾸로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단기간 폭식이 잦으면 당뇨병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이라는 심혈관계 질환 유발 ‘삼총사’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관절통ㆍ위장 질환ㆍ수면무호흡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뿐 아니라 단기간 폭식은 자존감 상실, 우울증, 대인 관계 장애 등 정신적인 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의학은 이런 간헐적 단기간 폭식을 식이장애로 분류해 질병으로 간주한다.
추석에 잔뜩 먹고 늘어난 체중을 나중에 다이어트로 빼면 어떨까에 대한 답이 나왔다. ‘영양과 대사(Nutrition and Metabolism)’라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이다. 실험 대상에게 4주간 잔뜩 먹게 하고 그 후에는 정상적인 식이 섭취로 돌아가게 하고 6개월, 1년, 2년 반 후에 추적 조사해 대조군과 비교했다.
단기간 폭식한 실험군에서 6개월 후에는 늘어난 체중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했고 2년 반이 지나도 3㎏ 이상 증가한 상태로 지속된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체중 증가는 과거 폭식으로 증가한 지방이 여전히 체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 폭식으로 증가한 체중은 수년 후에도 남아 있고 설사 이전 체중을 회복했다 하더라도 지방 축적은 오래 지속된다. 결국 명절에 잔뜩 먹는 것이 그 이후에 조심하고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도 비만으로 이어지니 오늘 많이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시작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일은 없다. 오늘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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