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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이 되살린 정조의 수원 행차...유물도 발굴하고 베도 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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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한산모시관을 가상현실(VR)에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전통 베틀이 없어도 누구나 VR 기기를 착용하고 전통 베틀을 작동시킬 수 있죠.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돌아가시더라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김기홍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연구원)
문화재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면서 문화재를 보존하고 나아가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박람회인 ‘2022 국제문화재 산업전’이 15~17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문화재와 관련해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는 기관들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활용한 상품이나 산업용 기자재를 판매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기업 등 모두 90곳이 참가해 290개의 전시 부스를 열었다. 참가 분야는 기관, 보존, 안전·방재, 수리·복원, 매장문화재, 박물관, 디지털헤리티지 등 7개였다.
박람회에는 ‘디지털 헤리티지(유산)’과 관련된 사업이나 개발품이 곳곳에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VR 기술이나 메타버스(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현실)를 이용해 대중이 문화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전통문화대 연구진은 조선시대 정조가 어머니 헤경궁 홍씨와 함께 수원 화성에 행차한 모습을 담은 기록화인 ‘화성원행도병’ 중에서 ‘봉수당진찬도’를 3차원으로 시각화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였다. 기록화에 나타나는 국왕과 혜경궁에 관한 의전, 악공 등 참여자의 배치와 복식, 그들이 소지한 기물과 무대장치 등을 상세히 고증해 메타버스에 구현한 후, 관람자의 가상 인물이 게임처럼 직접 돌아다니면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첫날 박람회에서 만난 전통대 이환욱 연구원은 가상현실에서 전통 베틀을 이용한 베짜기를 체험하는 교육용 콘텐츠를 직접 시연해보이기도 했다. 머리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VR 안경)를 착용한 후, 양손과 발에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현실 속 한산모시관에서 전통 베틀로 베를 짤 수 있다. 체험자의 즐거움을 위해 60초 이내에 정해진 동작들을 완수해야 천이 완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연구원은 “방연옥 선생님이 베를 짜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서 체험의 난도를 어렵게 설정하면 실제와 똑같이 발까지 움직이면서 기계를 작동시켜야 한다”며 웃었다. 이 콘텐츠는 VR 기기가 있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연구 단계여서 외부에 배포하지는 않는다. 봉수당진찬도 콘텐츠는 다음달 1일부터 열리는 ‘세계유산축전-수원화성’에서도 선보인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도 VR 기기로 유물 인양을 체험하는 장소를 마련해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가 인양할 때 착용하는 장비를 몸에 걸치고 VR 기기를 작동시키는 모습을 보호자가 촬영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체험자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흡입기로 진흙을 빨아들인 후 붓으로 유물을 찾아내는 과정을 하나씩 체험했다. 실제로 바다에서 인양한 그릇 등의 유물을 직접 만져보는 코너도 마련됐다. 유물 인양 체험은 충남 태안군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누구나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현장에서는 유물이나 건축물을 3차원 디지털 영상으로 스캔하는 휴대용 장비를 시연하거나 단청용 전통 안료를 판매하는 업체도 찾아볼 수 있었다. 문화재 보존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들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개막식에서 “문화재 정책이 보존에 맞춰져 있지만 활용으로도 변화하고 있다”면서 “보존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활용이 이뤄져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과 경제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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