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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법치 위에 있지 않다

입력
2022.09.19 00:00
26면

文정부·이재명 불법의혹 잇딴 수사
野, '나는 적폐청산 너는 정치보복'식
성역 없는 수사가 법치주의 실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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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원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건에 이어서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소가 예상되고 있으며,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미르 재단에 대한 기부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이익단체 회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한 유죄판결, 그리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형이 내려진 최근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이재명 의원에 대한 혐의 내용은 만만치 않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보급 등 문재인 정권 시절의 난맥상도 머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이런 움직임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 시절 자신들이 했던 일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하에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과 고위 법관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무리하게 적용해 당사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자기들이 하면 '적폐청산'이고, 남이 하면 '정치적 보복'이란 주장은 한쪽 귀로 흘려듣기에도 불편하다.

이와 관련해서 한 언론에 실린 '법치는 다음이다, 정치가 먼저다'라는 칼럼이 눈길을 끌었는데,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칼럼은 "미국에서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치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트럼프를 기소할 가능성이 있음을 들어서는 "미국도 이제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의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트럼프를 사실상 옹호하는 듯한 데다,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관행이라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닉슨은 퇴임 후 사법방해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100%였다. 포드 대통령이 사면을 했기 때문에 닉슨은 형사 소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클린턴은 대통령 재직 중 섹스 스캔들로 탄핵 소추를 당했으나 상원에서 기각돼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클린턴은 주지사 재직 중 있었던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별검사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특별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서 기소를 포기한 덕분에 클린턴은 사법처리를 면했다.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 주 정부 여직원에게 가한 불미스런 행동 때문에 법정에 서는 수모도 겪었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클린턴에 대해 법정모욕죄를 적용해서 벌금형을 선고했고 피해자 측에 변호사 비용 9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클린턴은 또한 위증을 인정하고 2만5,000달러 벌금을 납부했으며 피해자에게 85만 달러를 지급하고 변호사 자격을 5년간 반납한다는 조건으로 타결을 해서 법적 책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에선 고위 간부 여러 명이 백악관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기보다는 사직을 함으로써 사법방해죄를 피해 나갔다. 그런 상황을 야기한 트럼프가 이제 기소될 위기에 처했으니, 오히려 사법적 정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야말로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완벽한 실현이라고 하겠다.

정녕 '정치가 먼저고, 법치가 다음'이라면 대체 그 '정치'는 무엇이고 그 '법치'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결코 법치 위에 있지 않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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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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