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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고소에도 살인... 피해자 죽음 막지 못한 '스토킹처벌법'

입력
2022.09.16 04: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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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스토킹에도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
스토킹처벌법 시행 10개월 사각지대 여실

15일 전날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인근을 역무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전날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인근을 역무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살인 사건 범인이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행(2021년 10월) 1년을 앞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병찬ㆍ이석준 사건 등 신변보호 대상 여성이나 가족을 살해한 유사 범죄 후 개선책이 쏟아졌지만 여전한 사각지대만 확인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B(28)씨도 자신을 스토킹하던 동료 남성 역무원 A(31)씨를 두 차례나 경찰에 고소했다. 먼저 지난해 10월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A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후 경찰의 보호조치는 한 달짜리 ‘신변보호 112시스템 등록’이 전부였다. 신고를 받으면 경찰관을 빨리 출동하게 하는 제도다. 경찰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며 기간 연장도 하지 않았다.

협박이 계속되자 B씨는 올해 1월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분명한 성범죄 피의자였으나, 경찰은 추가 보호조치는커녕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법은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스토킹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이은의법률사무소의 이은의 대표변호사는 15일 “스토킹 이전에도 고소가 될 만큼 가해자는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불구속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 결과를 떠나 피의자가 자유로우면 재판까지 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피해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15일 한 여성단체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인근에 게시해 놓은 피해 여성 추모 메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15일 한 여성단체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인근에 게시해 놓은 피해 여성 추모 메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꿰뚫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호조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도 두 사람이 입사 동기였던 탓에 A씨는 피해 여성의 순찰 시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스토킹은 2차, 3차 범행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호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수용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자칫 ‘제2의 강남역 사건(2016년)’으로 비화할 조짐도 감지된다. 한 여성단체는 임시 추모공간이 마련된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흰색 꽃 4송이와 함께 “안전하게 살고 싶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달라진 게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도 “추모 시위가 열리면 가겠다” 등 반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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