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한 20대 역무원 살인 사건이 스토킹 범죄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용의자는 피해자의 입사 동기로,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물로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의 김태현, 신변보호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 흥신소에서 구한 주소로 옛 여자친구 가족을 해친 이석준 등 지난해 스토킹 살인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데 또 한 명의 여성이 무방비로 희생된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는 지난해 10월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로 고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직장에서 직위해제되고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다가 올해 1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15일 두 사건을 병합 심리해온 1심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피해자를 줄곧 괴롭힌 걸로도 모자라 선고 하루 전 보복성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흉기와 위생모까지 준비한 계획범죄였다.
피해자는 이번에도 법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용의자를 고소하면서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 대상이 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연락금지, 인신구속 등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신변보호 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고 스마트워치 지급, 순찰 강화 등 부대조치도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잠정조치 신청이나 신변보호 연장은 경찰 직권으로 가능한 터라 사안을 경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잠정조치가 취해졌다한들 위반율이 13%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이행을 강제할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지하철 치안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신당역은 2·6호선 환승역이라 유동인구가 많고 범행 시간이 오후 9시로 그리 늦은 밤이 아니었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올해 1~8월 철도 역사 및 객차에선 1,897건에 달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불법촬영, 추행 등 고질적 성범죄뿐 아니라 강력 범죄도 포괄한 지하철 치안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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