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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배신자로,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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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피구(50). 열성 축구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귀에 익은 이름이다.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더욱 친숙하다. 2002 한일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이 마지막 경기를 치렀던 포르투갈 대표팀의 핵심 선수. 피구는 경계를 넘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2000년 세계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를 받았고 2001년엔 FIFA 선정 올해의 선수였다. 당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만큼 그라운드 밖에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을 빚은 이적의 주인공이었다.
피구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주요 전력이었다. 부주장으로 뛰었으며 2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축하 행사에서 팀의 영원한 앙숙 레알 마드리드를 울보로 칭하거나 무릎을 꿇으라고 야유할 정도로 FC바르셀로나에 대한 애정이 뜨거웠다. 팬들은 빼어난 실력에다 충심까지 지닌 피구에 열광했다.
하지만 피구는 2000년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갔다. 팬들은 분노했다. FC바르셀로나는 축구를 넘어 역사적ㆍ정치적 상징을 띤 팀이다. 피구가 다른 팀도 아닌 중앙 정부 수도를 대표하는 팀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간 것은 팬들에게 개종 이상의 충격을 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당시 리그 우승을 자주 하지 못했다. 세계 최강 팀을 자부하기엔 찜찜한 지점이었다. 마침 구단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현 회장에 유명 사업가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맞섰다. 페레스는 피구 카드를 활용했다. 피구 측과 물밑 접촉을 했고 자신이 회장이 되면 피구를 데려올 수 있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FC바르셀로나 경영진은 낙관했다. 구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피구가 팀을 옳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6,000만 유로를 내면 어느 구단이든 피구를 데려갈 수 있는 바이아웃 조항이 있었으나 당시엔 천문학적 액수였다. 피구는 구단에 서운했다. 실력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에이전트 조세 베이가는 비밀리에 페레스와 사전 합의서를 작성했다. 피구는 제 멋대로 이뤄진 합의였다고 주장하나 베이가는 선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돌아본다.
피구는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언론에 FC바르셀로나는 자신의 모두인 것처럼 말하다가도 이적 가능성을 내비치는 식이었다. 두 팀 사이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계산된 행보이거나 FC바르셀로나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처럼 비쳤다. 피구의 갈팡질팡 언행은 팬들의 분노지수를 더욱 높였다.
피구가 ‘배신자’ ‘유다’라는 비난을 들으며 사랑했던 FC바르셀로나를 떠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피구와 페레스 사이 다리 역할을 했던 전 포르투갈 축구선수 파울로 푸트레의 말은 당시 피구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현대 프로 스포츠에 순수함은 과연 남아있을까. 피구의 이적 ‘사건’은 돈 앞에선 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해변 모래성 같은 것임을 보여준다. 페레스는 사전 합의서에 피구 이적이 실현되면 베이가와 푸트레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주기로 했다. 반면 합의가 불발되면 위약금 3,000만 유로를 받기로 했다. 베이가와 푸트레로서는 사생결단으로 이적을 추진할 수 밖에. 페레스는 피구를 내세워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된 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돈의 위력을 새삼 확인하게 하는 또 다른 사례다.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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