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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보다 '물'이 더 무서운 포항, 항사댐 재추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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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범람한 경북 포항시 오천읍 '냉천' 상류지점에 댐 건설이 추진된다. 포항시가 2016년 정부의 댐 희망지 공모 때 주민 동의를 받아 신청했지만, 잇따른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으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냉천 범람으로 9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와 오천읍 주민들은 항사댐 건설 재추진에 나섰다.
14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8일 범람한 냉천 주변을 둘러본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항사댐 건설을 건의했다. 항사댐은 냉천과 이어지는 신광천 최상단인 오천읍 항사리에 계획돼 있다. 저수용량이 476만 톤인 소규모 댐으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인구 5만6,000여 명의 오천읍 일대 용수공급과 수해예방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냉천은 오천읍에서 발원해 포항제철소 옆을 지나 영일만 바다로 빠져나가는 하천이다. 평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적어 ‘마른 하천’으로 불린다. 하지만 하천 상류는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인 반면 하류 구간은 바다와 바로 만나는 지형으로 낙차가 심하다. 가뭄에는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바싹 말라 있으나, 비가 조금만 내리면 범람해 이번에도 주변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이 때문에 오천읍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댐 건설을 요구했다. 2016년 국토부의 소규모 댐 지원 때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같은 해 9월 규모 5.8의 경주지진과 이듬해 11월 규모 5.4의 포항지진으로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결국 선정되지 못했다. 항사댐과 비슷한 시기 추진된 경북 봉화의 봉화댐(저수용량 300여만 톤)은 지난 2019년 말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고, 2024년 준공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춘양면 애당리 일대에서 폭우로 8명이 숨졌으나, 봉화댐이 건설되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용 오천읍 개발자문위원장은 이날 "항사리 일대 활성단층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댐에 관심 없던 주민들도 이번 물난리를 겪고는 하나같이 '속히 댐을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시 관계자도 "과거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인공지진으로 확인돼 붕괴 위험성이 낮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항사댐 규모를 높이 50m, 길이 140m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807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댐 건설이 확정되면 사업비의 9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운영은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한다. 시 관계자는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투입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는 등 시간이 걸리는데 당장 착공해도 준공까지 4년이 걸린다"면서 "정부가 댐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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