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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리튬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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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기업을 설득해 미국으로 데려간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배해야 하는 기술 분야” 중 하나로 “핵심광물”을 꼽았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주요 생산지들과 이미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자국 주도의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큰 그림’을 테슬라가 떠받치고 있다.
□ 핵심 중의 핵심은 리튬이다. 수소, 헬륨 다음으로 가볍다. 다른 원료를 붙이면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는 높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자연에 꽤 있지만 생산이 까다로워 늘 부족하다. 주요 산지인 칠레에선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 있는 아타카마 염호(鹽湖)의 물을 퍼내 1~2년 자연 증발시켜 리튬을 얻는다. 호주의 리튬은 돌에 들어 있는데, 함유량이 6~8%밖에 안 된다. 바닷물에도 진흙에도 리튬이 있지만, 뽑아낼 길이 없다. 올 1월과 3월 사이 리튬 가격은 2.5배 올랐다. 리튬을 쉽게 추출하는 기술이 있다면 “돈 찍어내는 기계”가 될 거라 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친 리튬 값”을 잡겠다며 정제 공장도 직접 미국에 지을 태세다.
□ 철, 구리 같은 산업화 시대 광물은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고 생산 규모도 크다. 반면 배터리용 핵심광물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고 생산량이 적다. 더구나 핵심광물 공급망 한복판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호주 리튬을 가져다 중국 공장들이 배터리용 고순도로 바꾼다. 코발트는 세계 공급량의 절반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는데, 중국을 거쳐 배터리용으로 변환된다. 니켈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의 흙에도 있지만, 고순도 점유율은 러시아가 가장 높다. 미국이 공급지를 발 빠르게 다져둔 이유다.
□ 우리 기업들은 다급해졌다. 한 광물 전문가는 “괜찮은 광산들을 외국이 선점해 남은 게 별로 없다”고 했다. 낙관론도 있긴 하다. 상대적으로 공급이 나은 니켈 비중을 늘리고 코발트를 줄이는 기술, 폐배터리에서 핵심광물을 빼내 쓰는 기술이 있어서다. 하지만 배터리 절대 수요가 늘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핵심광물 대응도 늦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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