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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새 역사 쓴 날, 넷플릭스는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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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제작진과 배우들에겐 그간의 노고를 한 번에 보상받는 '축제 같은 하루'였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74년 만에 최초로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가져갔다.
그러나 정작 오징어 게임을 독점 공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에미상 전체 성적표를 받아 들고 웃을 수 없었다. 이날 에미상 본상(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넷플릭스가 따낸 트로피는 오징어 게임이 받은 두 상을 포함해 단 세 개뿐이었다.
13일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인 데드라인(Deadline Hollywood) 등 외신 평가를 종합하면, 이번 에미상 결과는 △HBO 대박 △애플TV플러스 중박 △넷플릭스 실패로 요약된다. 최고상인 작품상은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선 유료 케이블 채널 HBO의 '석세션'이,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선 애플TV플러스의 '테드 래소'가 각각 차지했다. 작년엔 드라마 작품상을 받은 넷플릭스는 수상에 실패했다.
HBO는 이날 본상에서만 작품상 등 12개 상을 휩쓸었고, 스태프와 기술진을 대상으로 먼저 수여한 상(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까지 합해 38관왕이 됐다. 반면 넷플릭스는 26개 상을 받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HBO에 밀렸다. 넷플릭스가 44개 상을 받아 HBO(19개)를 압도했던 지난해와 완전히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넷플릭스는 3월 영화계 최고 권위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27개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은 감독상 단 1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고상인 작품상은 애플TV플러스의 '코다'가 차지했다. 출시된 지 겨우 3년이 지난 애플TV플러스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OTT'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올해 넷플릭스가 부진한 것을 일회성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넷플릭스가 최근 보여준 구조적 한계를 보면 이런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전 세계에 2억2,000만여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애플·아마존·월트디즈니컴퍼니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 심화로 올해 1분기 처음 가입자 감소를 경험했다. 또 자사의 상징과 같았던 무(無)광고 정책을 접고, 4분기부터 콘텐츠 시작 전과 중간에 광고가 붙는 저가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올해 양대 시상식 결과는 넷플릭스의 위기가 비단 외부 요인(경쟁 심화)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을 잇는 대형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가 살아날 길은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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