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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사무관→컨설팅→? ... 그의 종착점은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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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이직의 시대'입니다. 평생 한 곳의 직장만 다니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죠. 여기 평생근속이 보장되는 공무원, 공공기관 연구원이라는 안정적 일자리를 마다하고, 실력만이 살아남는 정글, 스타트업으로 뛰어든 세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했고, 어디에 꽂혀서 안정을 버리고 도전을 택한 걸까요? 한국일보가 만나봤습니다.
제 역량을 발휘할 곳이 공직 밖에서도 되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공무원 생활 2,3년차에 특히 많이 흔들렸어요.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의 허필중(36) 재무관리실장은 공인회계사(CPA) 자격증 소지자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그는 2017년 공직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품고 정부 중앙부처(기획재정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가 사무관 생활 3년 만에 '안정'을 버리고 '도전'을 택했다.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에서 일하는 동안 이재웅·김봉진 등 벤처·스타트업의 거물들을 만나며 비상(飛上)을 꿈꾸게 됐다는 허 실장. 그는 스타트업 사람들에게서 어떤 매력을 엿봤기에 과감히 선망의 직장을 뒤로 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든 것일까?
다음은 허필중 실장과 나눈 일문일답.
-공인회계사도 안정적인 직업인데, 직업 공무원에 도전한 이유가 있었나요?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조세 전문가를 꿈꿨어요. 과세당국을 상대할 일이 많았는데, 직접 세제정책이나 입법 활동을 해보면 조세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와중에 민간경력채용제도로 기재부 사무관에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덜컥 합격했죠."
-실제 공직사회를 접해보니 어땠나요?
"기재부라는 부처 특성상 정책 업무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했어요. 혁신성장본부(문재인 정부 때 김동연 당시 부총리가 만든 조직)라는 곳에서 신산업 규제를 다루거나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재정혁신국에서 예산·지출을 효율화하는 지출구조조정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정책 쟁점을 정리하고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거나 조율하는 일이 많았죠. 조직 문화가 수직적이고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보고서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상사에게 혼이 나는 기재부의 도제식 교육 덕택에 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재부에 있으면서도 제 역량을 키우고 부가가치를 더 창출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어요. 2018년 혁신성장본부에 있으면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수십명 만났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이었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도 만났어요. 회계법인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자신이 창업할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죠."
2011년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2017년 기획재정부 사무관
2020년 베인&컴퍼니 컨설턴트
2021년 12월~ 마이리얼트립 재무관리실장
-공무원 4년차에 컨설팅 회사로 옮길 때 어떤 생각이었나요?
"공무원을 하다가 스타트업으로 한번에 점프하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무섭고 용기가 나지 않았죠. 공무원 조직은 개인마다 앞으로의 성장 궤도가 굉장히 명확하게 그려져 있어요. 몇 년 후면 승진을 하고, 가질 수 있는 권한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매우 안정적이죠. 그러다가 민간회사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컨설팅 회사를 먼저 선택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 컨설팅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가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두 업계 모두 본질적으로 미래를 보고 현재에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직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여행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세 가지를 고려했어요. 내가 뛰어드는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인가, 그 산업 속에서 내가 선택한 회사가 혁신을 가져올 것인가, 또 내 능력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가. 마이리얼트립은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코로나가 지나면 여행산업이 다시 도약할 걸로 예상했고, 여행시장도 패키지에서 자유여행 위주로 재편되고 있었죠. 마이리얼트립은 사람들이 항공, 숙박, 액티비티를 각각 플랫폼에서 따로따로 예약하는 불편함을 기술로 풀어내려고 한 회사입니다. 소위 말해 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노를 저을 수 있는 회사라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회사가 재무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하려 했기 때문에, 회계법인이나 기재부에서 쌓은 경험도 활용할 수 있었고요."
-이직을 한 뒤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스타트업에 오고 나니 주변에서 '나도 옮기고 싶은데 어떠냐'라는 상담 요청이 많이 왔어요. 공직에 있을 때 알고 지낸 선후배들은 지금도 연락이 오지만, 실제 결단을 내린 사람은 아직 없어요."
-세 번의 이직을 거쳤는데, 앞으로는 어떤 경력을 쌓고 싶은가요?
"처음엔 조세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직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잘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점점 어디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제 자신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곳이 제가 일해야 하는 곳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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