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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0년 후엔 박은빈'… 존재감 커지는 뮤지컬 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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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애니' 출신의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 '올리버'에 출연했던 가수 필 콜린스 같은 뮤지컬 아역 출신 스타가 한국에서도 나올까.
13일 공연 제작사 신시컴퍼니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라이선스 뮤지컬 '마틸다'(10월 개막)의 연습 장면 공개 간담회의 주인공은 뮤지컬계 대표 스타 최정원도, 이 공연의 2018년 초연 출연으로 연기상을 받은 배우 최재림도 아니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단연 타이틀 롤을 맡은 4명의 소녀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에게 집중됐다.
영화·드라마의 아역 출신 배우들이 K컬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듯 뮤지컬계에서도 아역들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다. 아역의 에너지가 성패를 좌우하는 뮤지컬 레퍼토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재공연되는 '마틸다'에 캐스팅된 '2대 마틸다' 4명은 이날 공개된 연습 장면에서 긴 호흡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7개월간 3차에 걸쳐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마틸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학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마틸다 배역은 연기와 노래, 춤은 물론 A4 용지 1장이 넘는 긴 독백을 소화해야 할 만큼 암기력이 뛰어나고 키는 130㎝ 정도여야 하는 등 캐스팅 조건이 까다롭다. 평균 연령 11세의 지원자 약 900명 중 이들을 포함한 아역 배우 20명이 선발됐다. 약 600명이 지원한 2018년 초연 오디션보다 지원자의 숫자도, 실력도 늘었다.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국내 협력 연출로 참여하는 이지영 연출은 "초연과 비교해 작품과 캐릭터를 숙지하고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가 많았다"며 "지난 공연 때도 부모님이나 주변의 권유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참가한 아이들이 많긴 했지만 이번에는 실력과 이해도가 상향 평준화되고 목표나 의지도 좀 더 구체화된 인상을 받았다"고 오디션 심사 소감을 밝혔다.
최근 관객 호응도가 높은 국내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인기 비결 중 하나도 아역 배우의 활약이다. 뮤지컬은 이혼으로 양육권을 잃은 성우 다니엘이 아이들을 보기 위해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의 가사 도우미로 변장하고 전 부인 미란다의 집에 위장 취업하는 내용이다. 이혼 가정을 다루다 보니 주인공 부부의 세 자녀 리디아, 크리스, 나탈리의 역할 비중도 높다. 특히 큰딸 리디아 역을 맡은 김태희(16), 설가은(14)에 대해 기대 이상의 호연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들은 4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262명의 지원자 중에서 선발됐다. 제작사 관계자는 "리디아는 역할 비중이 커 어려 보이는 성인 배우들의 지원도 함께 받았는데 두 아역 배우의 실력이 출중해 이들을 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에서 아역이 극의 한 축을 이끌어가는 주·조연급 비중으로 커지는 가운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리디아 역의 설가은은 2018년 다른 3명의 아역 배우와 함께 '1대 마틸다'로 활약했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상을 받은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에서의 열연도 화제가 됐다.
2000년대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아역을 전면에 내세운 '애니'(2006), '빌리 엘리어트'(2010), '마틸다'(2018)가 초연되면서 본격적인 아역 배우의 발굴·양성이 시작됐다. 박준형·이지명·탕준상·이성훈 등 '빌리 엘리어트' 초연 아역 배우들은 현재도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당시 '스몰보이'로 뮤지컬에 데뷔한 탕준상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이 아역부터 오랜 연기 훈련을 거쳐 K콘텐츠의 주역으로 거듭났듯 뮤지컬계에도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아역이 차세대 뮤지컬 주역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수학·과학뿐 아니라 무대예술도 재능을 조기 발굴해 꿈을 지원하는 체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동·청소년 배우의 출연 역사가 깊은 영미권에서는 체계적으로 아역 배우를 관리한다. 가령 '라이온 킹'에 나오는 어린 심바는 근로시간 제한에 따라 공연 종료 후 커튼콜에 나오지 않는 식이다.
음악과 극본, 의상, 소품 등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인 '마틸다'의 경우 영국 원작사의 아동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5명의 아역 배우 전담 관리 스태프인 '샤프롱(chaperon)'을 두고 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음악과 대본에만 로열티를 지급하는 논레플리카 형식이지만 자체적으로 멘털 케어를 비롯해 아역 배우를 관리하는 전담 스태프를 1명 두고 있다. 리디아를 연기하는 아역 배우 김태희는 "물을 비롯해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챙겨주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대에서 실수했을 때 괜찮다고 속상하지 않게 도와주시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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