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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정부 재생에너지 축소, 한국 기업의 수조원 손실로 이어질 것” RE100 대표의 경고

입력
2022.09.14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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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키민스 대표, 한국일보에 정부 비판 서한
국내 기업들, 재생에너지 구하기 어려운 상황
더 적극적인 대만·일본으로 투자 쏠릴 가능성

지난해 6월 전남 영광군 백수면 일대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에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해 6월 전남 영광군 백수면 일대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에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는 매우 실망스럽다. 한국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수조 달러의 투자를 놓칠 위험이 있다.”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총괄하는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대표가 한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계획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한국 기업을 향한 투자는 대만·일본 등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인 다른 국가로 쏠릴 거라고도 전망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그룹은 지난 9일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에 이 같은 우려를 담은 대표 명의 서한을 보냈다.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인 것에 대해 “한국의 장기 경제전망을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이들이 주관하는 RE100은 기업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하자는 캠페인으로 구글, 애플을 비롯한 379개의 글로벌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국내서도 현대차, SK 등 22개 기업이 가입했고, 삼성전자도 가입을 앞두고 있다.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지난해 확정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8.7%포인트 줄었다. 이는 원전 비중을 32.8%로 NDC상 비중(23.9%)보다 대폭 올린 대가다. 신재생에너지 축소에 대해 당시 전기본 총괄분과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보급 추세,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 시 2030NDC의 30%대 달성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RE100 총괄 대표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RE100 총괄 대표

키민스 대표는 “현재 한국 정부 목표로는 글로벌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클라이밋그룹은 올해 말까지 한국 RE100 기업의 전력사용량은 국내 총 전력수요의 약 1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을 앞둔 삼성전자까지 고려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로 RE100 기업들의 수요에 크게 못 미쳤다.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21.5TWh(테라와트시)로 삼성전자(22.92TWh)와 SK하이닉스(23.35TWh) 각각의 한 해 전력사용량조차 채우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기업들은 RE100 공약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키민스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한국에너지공단의 한국형 RE100에 가입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 목표도 2030년까지 50% 이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100 캠페인이 확대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 분야 대기업의 29%, 중소기업의 10%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도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아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 대만 정부는 TSMC가 RE100 달성을 위해 덴마크 풍력기업 오스테드와 해상풍력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송전망 이용료의 90%를 부담하는 과감한 조치를 했다. 일본의 경우 소니 등 대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며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대대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키민스 대표는 “RE100 가입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보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로 한국 에너지시장의 장벽이 높다”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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