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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일당 125만원 전기기사 급구' 공고까지 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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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9일)를 앞두고 전국의 전기 기술자들은 난리가 났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고 49년 만에 모든 고로가 멈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복구 작업을 위해 전기 설비를 다룰 줄 아는 '선수'들을 모집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10~12일 사흘 동안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14시간 작업하면 하루 12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추석 연휴인 만큼 평소보다 일당이 150% 많고, 보통 오후 3시면 끝나는 휴일 근무를 7시간 더 하게 되니 상당한 금액이다.
포항제철 전기공사 전문업체 모임인 '포항제철 공단협의회' 진명주 회장은 1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제철소 전체 물을 빼도 전기 시설을 복구하지 못하면 재가동이 불가능하다"며 "전기 보수를 담당할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연휴라 지역 내 기술자로는 손이 모자라 사상 처음 전국 단위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에 따르면, 이렇게 모인 300여 명은 전기시설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임금은 포스코 전기시설 전담 계열사인 '포스코ICT'가 10월 중 지불한다.
13일부터는 일당 60만 원 수준으로 인력을 모을 계획이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당이 '반토막' 나면서 기술자들이 원래 일터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임금 기준은 전국건설노조의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포항제철소와 포스코ICT 측에선 복구 인력을 모으기 위한 '특별임금'도 책정할 수도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이렇듯 포스코는 역사상 유례없는 '고임금 용병' 투입까지 하면서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3만여 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하루 평균 4만1,000톤(t)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매일 500억 원 가까운 매출 손실이 추산되면서다.
하지만 포스코가 복구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안전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11일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양수기를 가동하던 중 화상을 입었다. 포스코는 "각종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지만,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가 올라왔다. 추석 연휴 내내 퇴근을 제 때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안전조치 없이 작업 중이라는 것. 일부 직원들은 154k볼트(V) 전원차단기를 손으로 진흙을 닦아내며 "목숨을 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내 전문 기술자, 포스코 퇴직자, 그룹사·협력사 전문가, 자문위원 등 기술지원팀과 안전전담팀이 현장에서 지원 중"이라며 "조속한 조업 정상화로 보답해 지역 및 국가 경제에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과 외부 인력 투입으로 포항제철소는 이날 4고로를 정상가동했다. 앞서 10일 3고로가 정상가동됐고, 13일 2고로까지 복구가 끝나면 6일부터 가동을 멈춘 3기의 고로 모두 이르면 13일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포스코가 고로를 정상 가동하더라도 철강제품 생산은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처리하기 위한 제강(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과 연주(쇳물로 사각 판 형태 쇳덩어리인 슬래브를 만드는 작업) 설비는 복구가 더디다. 또 피해가 가장 컸던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용도에 맞게 가공하는 것) 설비는 복구·재가동 계획조차 없다. 결국 제대로 된 정상화까지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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