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뇌혈관 장벽’ 열어 불치병 치료길 도전 나서

입력
2022.09.08 21:33
수정
2022.09.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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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WSSFN 세계학술대회 한국에서 48개국 700여명 참석해 성황리 열려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제19차 세계학술대회가 지난 4~7일 인천 송도에서 48개국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제공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제19차 세계학술대회가 지난 4~7일 인천 송도에서 48개국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제공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World society for stereotactic and functional neurosurgeryㆍWSSFN) 제19차 세계학술대회(회장 겸 대회장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 4~7일 나흘 간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이번 세계학술대회는 ‘신경 기능 조절 미래를 연다(Neuromodulation: shaping the future)'라는 주제로 48개국에서 700여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이번 2022 WSSFN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대부분 온라인으로 열리다가 국제학술대회가 대규모로 대면해서 처음 열린 것이어서 더욱 뜻 깊은 행사였다.

이번 2022 WSSFN에는 전 세계에서 최고 의사와 신경과학자, 공학자들이 참가해 팔다리 마비 환자의 척추와 뇌를 정교하게 전기 자극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마술'같은 시범이 선보였다.

또한 루게릭병 환자였던 세계적인 영국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처럼 뇌 손상으로 인지 기능은 유지하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의 뇌 전기 신호를 분석해 실제 언어로 구현해주는 새로운 임상 연구도 발표됐다.

전기생리학적으로 측정만 가능했던 뇌 신호를 뇌 속 신경회로의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양을 정확히 측정해 난치성 신경계 질환자의 증상 변화와 예후까지 예측하는 연구도 발표돼 난치성 뇌 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가장 ‘핫’한 관심사인 인공지능(AI)으로 수술할 때 뇌의 정확한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을 확인하고 수술 여부를 정할 때 정확한 판단과 결정에 도움을 주는 등의 최첨단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번 2022 WSSFN은 국내에서 시행된 치매 환자의 ‘뇌혈관 장벽’을 여는 기술의 효용성과 안정성을 확인한 임상 연구 결과가 ‘최우수 구연상’을 받아 더욱 뜻 깊었다.

박소희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은 “뇌를 둘러싼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ㆍBBB)’을 여는 초음파 뇌 수술을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시행한 결과,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 침착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2020년 3~9월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3개월 간격으로 2차례 시행한 뒤 개방술 전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침착 정도를 자기공명영상(PET) 검사로 1.6%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인지 기능의 일시적 회복을 관찰한 바 있으며 연제 후속 연구로 미국초음파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복적 초음파 시술의 안정성과 효용성을 확인 중이다. 또한 향후 아밀로이드-베타 또는 타우(tau) 항체 등을 초음파 시술과 병행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 준비 중이다.

치매는 국내 65세 이상에서 84만여 명(2020년 기준)이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75%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으로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뇌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가설로 많이 설명되고 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은 약물로 주로 치료하지만 효과가 미미해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졌다. 얼마 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약물인 아두카누맙을 치료법으로 조건부 승인했지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는 주입된 항체 약물의 0.01% 정도만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는 데다 뇌혈관 장벽을 지나가기 위해 용량을 너무 많이 투여하면 2차 부작용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치료 약물을 부작용 없이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뇌혈관 장벽 개방 시술이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 분야에 대한 임상 연구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연구 환경이 크게 열악하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 기관 그리고 독지가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편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는 1960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성돼 이번 제 19차 학술대회까지 여러 국가에서 세계학술대회가 열렸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이자 제19차 학술대회장인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013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학술대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2017년 베를린 세계학술대회에서 부회장, 2019년 뉴욕 세계학술대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이번 세계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의 회장겸 제19차 세계학술대회의 대회장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의 회장겸 제19차 세계학술대회의 대회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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