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전력 수급도 불안정할 텐데...전력 아끼면 돈 받는 수요반응자원은 활용률 뚝

입력
2022.09.19 1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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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천발전기 고장 때 진가 나타내
4초 내 수요 감축해 1분 내 주파수 안정
감축이행률도 100% 넘어 신뢰도 높지만
까다로운 운영기준에 활성화되지 못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광역계통운영센터에서 직원들이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광역계통운영센터에서 직원들이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전력 수급이 불안정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수요반응자원(DR)'이 제도적 한계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 가까스로 전력 수급 위기를 넘겼지만 다가오는 겨울에도 전력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만큼 DR제도를 다시 점검해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가스발전과 수요반응자원의 동등한 역할 그리고 불공정한 시장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DR 운영일이 1년에 일주일도 채 되지 않거나 적은 양으로 여러 번에 걸쳐 운영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급보다 수요에 초점... 원전 4~5기 발전용량 제공 가능

지난달 5일 서울 시내 아파트에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지난달 5일 서울 시내 아파트에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DR은 전력의 '공급'보다 '수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력사용자가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전력 피크타임에 일시적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대신 이를 돈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2014년 도입 당시 등록 용량은 861MW(메가와트)였지만, 현재는 30개 수요 관리사업자가 5,154개 기업을 등록해 총 4.6GW(기가와트)로 늘었다. 원자력발전소 4, 5기가 발전하는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DR에는 크게 신뢰성 DR과 경제성 DR 등 두 가지가 있다. ①신뢰성 DR은 예비전력이 6.5GW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수요를 줄이는 것이고, ②경제성 DR은 하루 전날 발전기와 동일하게 입찰에 참여해 발전기보다 경제적이면 낙찰량을 배정받아 전력 수요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런 DR의 신뢰도는 이미 100%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력 거래소가 수요를 줄여달라는 양보다 실제 줄인 양이 더 많음을 가리킨다. 실제로 지난해 신뢰성 DR와 경제성 DR의 감축 이행률은 각각 111%, 157%에 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충남의 신서천 화력발전소 발전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 전력계통 주파수가 하락하자 DR이 4초 만에 수요를 줄이면서 1분 만에 주파수가 안정권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DR을 적극 활용하면, 연료비가 비싼 가스 발전 이용을 줄여 전력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까다로운 운영기준에 발목 잡힌 제도 활성화

2021년 수요반응자원 운영시간 및 실적. 전력거래소

2021년 수요반응자원 운영시간 및 실적. 전력거래소


문제는 까다로운 운영 기준 때문에 DR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신뢰성 DR은 올해 6월에 발령 기준이 예비전력 기점으로 기존 5.5GW에서 6.5GW로 완화됐는데, 이마저도 너무 낮아 적용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 동안 예비 전력이 6.5GW 밑으로 떨어진 건 2019년 8월 13일(약 6.1GW)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에도 6월과 12월에 하루씩 감축 시험 시행으로 이틀 동안 가동했을 뿐 실제 상황에서는 단 한 차례도 쓰이지 못했다.

경제성 DR도 전력거래소가 설정한 특정 가격(순편익가격)이 주로 전력도매가격(SMP)보다 높게 설정돼 낙찰량이 많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 DR은 지난해 총 248일 동안 운영됐지만, 실제 감축량은 492GWh(기가와트시)에 그쳤다. 한 번 시행 때 약 2GW씩 줄인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규리 연구원은 "낮은 가격의 DR이 대규모로 낙찰돼 기존 계통운영자가 손해 보는 일을 방지하고자 순편익가격을 높게 설정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순편익비용은 연료비만을 고려해 도출하고 있다"며 "기타 고정비나 환경비용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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