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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배신의 시대...영웅과 변절자는 누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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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명의 지식인이 있다. 후세 다쓰지(1880~1953)와 이광수(1892~1950).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행동의 결은 정반대였다. 다쓰지는 1919년 2월 8일 도쿄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 체포된 조선인 유학생을 변호한 인권 변호사다. 일본의 조선 침략을 강하게 질타하며 조선 독립과 해방을 옹호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은 지성인의 삶을 살았다. 당대 천재 소설가로 불린 이광수가 일제 권력을 옹호하는 변절자가 된 것과 정반대였다.
정태헌 고려대 사학과 교수가 지은 ‘혁명과 배신의 시대’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한ㆍ중ㆍ일 지식인 6명을 '지성사'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한국 조소앙과 이광수, 중국 루쉰과 왕징웨이, 일본 후세 다쓰지와 도조 히데키 등 같은 시대 다른 삶을 선택한 이들을 골라냈다. 조소앙, 루쉰, 다쓰지는 깊은 사유와 성찰 끝에 영웅적인 삶을 살았고, 이광수와 왕징웨이, 히데키는 권력을 탐하며 변절자로 남았다. 단순한 대비지만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현대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루쉰(1881~1936)과 왕징웨이(1883~1944)의 삶도 달랐다. 루쉰도 이광수처럼 일본 유학을 통해 조국 발전의 필요성을 체감했으나 일본의 폭력성까지 숭상하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부국강병을 이루려는 일본의 동물성을 비판했다. 무엇보다 문학의 힘을 믿었다. 아Q정전, 광인일기 등의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중국의 미래를 고민하도록 했다. 왕징웨이는 민중과 함께한 루쉰과 달리 권력을 탐했다. 한때 중국 공화정부 수립에 일조해 ‘혁명의 영웅’으로 불렸으나 이내 일본의 힘에 압도됐다. 친일 괴뢰정부를 수립하고 조국과 불화하다 일본 나고야에서 사망했다.
정 교수가 볼 때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이광수와 왕징웨이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 식민사학 복사판인 ‘식민지 근대화론’이 제기되고, ‘위안부는 사기’라며 소녀상 철거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정 교수는 “격동기 세 국가의 상징적 지식인들의 삶을 반추해 미래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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