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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항시, '하천 정비 미흡' 지적받고도 경관 조성에만 신경 "인재"

입력
2022.09.08 13:21
수정
2022.09.08 13:3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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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감찰서 "시설물 과하다" 지적
태풍 때마다 범람해 치수 급한데도
포항시, 꽃나무 심고 경관에만 신경
경북도 지시에도 준공 때 걷기 행사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주변 둑이 거센 물살로 침식돼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주변 둑이 거센 물살로 침식돼 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범람해 인명 피해를 내고 제철소까지 멈추게 한 경북 포항 냉천이 하천정비 과정에서 “시설물 설치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는 수해 피해를 우려해 “시설물을 최소화하라”고 거듭 지시했지만, 포항시는 둘레길 걷기 행사까지 여는 등 치수보다는 친수공간 조성에 중점을 두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8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2018년 11월 6~9일 냉천 하천정비 공사 현장을 기동감찰하고 “재해에 취약한 하천 경사면을 보강해 유수 흐름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냉천은 과거 태풍 때마다 범람해 수해 예방 중심으로 정비해야 했지만, 포항시가 둔치에 체력단련 기구와 파고라 등 시설물을 과도하게 설치해 지적을 받았다.

당시 경북도 감사관실은 “시설물을 최소화하고 생육 여건이 불리한 꽃과 풀은 조성하지 않아야 한다”며 “남은 시설물 설치 사업비 10억7,875만 원을 감액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포항 냉천은 태풍 힌남노 때 피해가 집중된 남구 오천에서 발원해 포항제철소 앞 영일만 바다로 빠져나가는 지방하천이다. 평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량이 적어 ‘마른 하천’으로 불린다. 하지만 하천 상류는 해발 400m 이상의 고지대로 하류 구간은 바다와 바로 만날 정도로 낙차가 심해 상류 쪽에 많은 비가 내리면 유량과 유속이 급격히 증가한다.

포항시는 2012년 국비 178억 원과 도비 35억 원, 시비 104억 원 등 총 317억 원을 투입해 2019년 6월 말 준공을 목표로 ‘냉천 고향의 강’이라는 대대적인 하천 정비사업을 벌였다. 공사 진행 중에도 물이 넘치고 시설물이 쓸려 나가 지난해 10월에야 사업을 마무리했다. 냉천은 2016년 태풍 '차바'와 2018년 '콩레이' 때 집중호우로 범람해 인근 주민들에게 침수 피해를 입혔다.

포항시는 그러나 경북도에서 지적을 받고도 산책로 14.3㎞ 구간을 조성하는 등 홍수예방보다는 경관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 지난해 10월 냉천 정비공사를 마무리했다. 준공식 때는 지역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생활 속 하천’으로 홍보하기 위해 걷기 행사까지 열었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숨진 포항 인덕동 W아파트의 한 주민은 “홍수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하천정비에 나섰으면 하천 폭을 늘리고 바닥을 더 파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태풍 피해는 치수보다는 겉치장에 신경써 일어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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