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KT 지분 맞교환... 자율주행 협력 급가속

입력
2022.09.07 16:30
수정
2022.09.07 17: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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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자율주행 택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자율주행 택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차그룹 제공

국내 최대 자동차업체 현대자동차와 최대 통신업체 KT가 지분을 맞교환한다. 자율주행 등 양 사의 미래 사업 확대와 안정적 경영에 필요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KT는 KT의 자사주 7.7%(약 7,500억 원)를 현대차 지분 1.04%(약 4,456억 원), 현대모비스 지분 1.46%(약 3,003억)와 맞교환한다. 양 사 관계자는 "이번 빅 딜을 통해 대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6세대 이동통신 규격을 양 사가 공동 개발하고 실증 사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빅딜은 양 사의 미래 사업 및 지배구조와 관련 있다. 현대차는 대량 데이터를 무선통신으로 주고받는 자율주행을 위해 통신 기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운전자 안전을 위해 끊김 없는 데이터 송수신이 중요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빠르게 달리는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자료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련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다양한 통신환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양 사는 인공위성 기반의 미래 항공 이동수단(AAM, Advanced Air Mobility) 개발에도 나선다. KT가 보유한 통신위성과 연계해 AAM을 위한 통신망을 구축하고 현대차에서 기체 개발 및 이착륙장을 건설하게 된다. 이미 양 사는 지난해 9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도심 항공 이동수단(UAM)을 개발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초고속, 초지연 등 대용량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는 커넥티드 카의 핵심"이라며 "인공지능(AI)과 연계한 AAM 기술 개발을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양 사는 선행 기술에 대한 장기적 공동연구와 사업 제휴 영역도 확장한다. 전국 각지의 KT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전기차용 충전 시설을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를 개발하는 현대차로서는 충전 시설 부족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KT는 현대차와 지분 교환이 자율주행 협력 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 목적도 있다. 현재 KT의 최대 단일주주는 10.97%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따라서 지배 구조상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등에서 KT 의사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은 구현모 KT 사장의 연임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KT 주총 때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그 바람에 KT는 현대차에서 지난해 9월 옮겨온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 때문에 KT는 올해 초 NTT도코모가 갖고 있던 지분 5.48%를 약 4,300억 원 규모의 신한은행 지분 2%와 교환하는 등 우호 지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KT에서는 현대차 및 범현대가인 현대건설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대차 지분이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송파 사옥을 건설했고 역점 사업인 광화문 구사옥 리모델링 공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부 비공개인 우리사주 지분과 빅딜을 통한 현대차의 보유 지분을 합치면 KT가 국민연금보다 많은 1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해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양 사는 빅딜을 통해 다각도로 협력 범위를 확대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 사는 사업협력위원회도 구성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자율주행 이외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 사의 협력이 생각보다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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