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달러 쓰지 말자"...'탈달러' 위해 뭉친 중국·러시아

입력
2022.09.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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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루블화로 러시아산 가스 결제' 계약
브릭스와 독자 결제망 구축도 추진
중국, 시진핑 3연임 앞두고 환율 방어 나서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 직원이 달러화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우선 양국 간 천연가스 수출입 대금을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한 데 이어, 인도·브라질 등이 참여하는 브릭스(BRICS)와 함께 독자적 결제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구조에 계속 남아 있는 한,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경제제재를 피할 방도가 마땅히 없어서다. 미국과 러시아 간 신냉전 대결이 경제 분야로도 확산하면서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위안화 사용 비율 3위로 껑충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중국 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금 지불 시 기존 달러화 대신 루블·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약으로 (대금 지급) 계산이 단순해질 것"이라며 "양국 쌍방에게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번 계약이 적용되는 시기나 천연가스 물량 등 구체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 2014년 연 38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이 약 4,000억 달러(475조2,000억 원)에 달해 '세기의 계약'으로도 불렸다. 계약 체결 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차얀다 가스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이 2,000km 이상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건설, 2019년 12월부터 가스 공급을 시작했다.

중·러 간 '탈(脫)달러 가속화'는 예견됐던 움직임이다. 지난 2월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외국과의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 비율을 늘렸다. 그 결과 러시아 기업·은행이 위안화를 지불 통화로 사용한 비율은 지난 2월 0%에서 7월 3.9%로 급증했다. 이는 홍콩(70.9%), 영국(6.3%)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예 독자 금융 결제 시스템 구축에도 뜻을 모았다. 저변 확대를 위해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이 참여 중인 경제협력체인 브릭스(BRICS)와 협력할 방침이다. 단순히 미국의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러 패권에 대항할 독자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독자 결제망이 구축되더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참여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결제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中, 달러화 강세에 위안화 방어 안간힘

"달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는 최근 중국의 통화 정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환율 방어에 나섰다. 금융기관이 보유 중인 외화(달러)를 시중에 더 많이 풀도록 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은 최근 심리적 저지선인 ‘1달러=7위안’에 근접하는 등 2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해석된다. 또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달러 강세 현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총재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덜 평가절하됐다"면서 "중국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통화 정책 도구가 많고 사용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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