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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尹 필체 보니 배려와 공감 능력 탁월하다더라"... 갑자기 웬 필체?

입력
2022.09.07 16:30
수정
2022.09.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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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변호사, 윤 대통령 인품 평가 근거로 필체 제시
"필체 분석, 과학적이고 이론 정립" 주장도
정치인 글씨, 오랜 가십거리... "중요한 것은 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작성한 방명록.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작성한 방명록. 대통령실 제공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인품을 옹호하면서 이에 따른 근거로 '필체'를 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단일화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멘토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6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한 신 변호사는 자신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이유로 "여러 차례 만나면서 사람이 대단히 진실하고 남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임을 봤다"면서 "이런 선한 인품을 가진 참을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한 인품'의 예시로 윤 대통령의 필체에 대한 평가를 인용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또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또 인격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더라"고 전했다. 필체 분석에 대해 "대단히 과학적"이고 "동서를 막론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돼 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의 '필체 비평'은 KBC와 이를 인용한 여러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우스개로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에 비판적이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한 네티즌은 이 전 대표가 악필로 유명하다는 점을 들어 "신 변호사가 필체 얘기를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보다 나은 점이 필체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필체 비평'에 이 전 대표가 거론된 것은 신 변호사가 여권 지지 유명인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를 가혹하게 비판하는 인물로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필체로 본 윤 대통령은 인내심 강하고 솔직"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사실 과거에도 '정치인의 글씨'는 종종 정치인 평가의 근거로 사용되는 가십거리 중 하나였다.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한 정치인이 국립현충원 등을 방문할 때 적는 방명록은 내용과 필체가 사진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정치인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회자되곤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필체를 보고 성격을 짐작한 전문가도 있다. '국내 1호 필적학자'로 불리는 구본진 변호사는 지난 5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의 필체를 두고 "인내심과 끈기가 강하다. 자기주장도 강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성향이 있다. 솔직해 권모술수와 거리가 멀고 일의 마무리가 좋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이 '소통 의지는 보였지만 직설 화법이 화를 불렀다'는 양면의 평가도 연상시킨다.

필적학은 글씨로 사람의 성격 등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접근에서 출발한다. 서구에서는 오랜 필기 전통이 있지만, 한국은 순 한글로 필기한 이력이 적기 때문에 필적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현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컴퓨터(PC)와 스마트폰 등을 통한 타이핑이 손 글씨를 대체하고, 교육도 사라지면서 '글씨체 비평'의 의미가 더 줄어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악필'도 성격보다는 손 글씨와 거리가 멀어진 시대 변화의 반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신 치유 수단으로 주목받는 필체 연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늘날 필체에 대한 관심은 필체를 통해 성격을 파악하는 쪽보다 역으로 필체 연습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성격을 개선하는 방향에 더 집중돼 있다. 구 변호사도 글씨 연습을 통한 내면의 수양을 더욱 강조하면서 "필체를 바꾸면 인생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구에서도 심리학자들이 펜과 종이로 글을 쓰는 것을 정신치유 방법 중 하나로 접근해 성과를 냈다는 연구가 있다.

물론 이 경우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글의 내용이나 필체가 아닌 마음 그 자체다. 미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글쓰기의 치유력을 활용하려면 단순히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글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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