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는 송골매

입력
2022.09.0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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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송골매의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지난 7월 송골매의 전국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송골매의 배철수(왼쪽), 구창모가 지난 7월 송골매의 전국 투어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두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한번 그 노래를 듣고 싶어서/ 귀 기울여 들어보니 들리질 않네/ 웬일인지 궁금해 답답해/ 내 속만 태우네…"(송골매 ‘다시 한번’ㆍ1982년)

배철수(69)와 구창모(68)가 이끌던 전설의 록 밴드 송골매가 팬들의 오랜 조바심을 깨뜨려주며 다시 한번 비상한다. 송골매는 11일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투어, 내년에는 미국공연에 나선다. 정식 재결합은 구창모가 밴드를 떠난 지 38년 만이다.

□ 1979년 결성된 송골매는 1990년까지 12년간 공식 활동했다. 황금기는 국민 애창곡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발표한 1982년부터 구창모가 탈퇴한 1984년까지다. 미성을 자랑하는 꽃미남 구창모와 인생에 대한 관조와 성찰을 담은 가사를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듯한 창법의 배철수는 비틀스의 레넌-매카트니처럼 상이한 개성으로 송골매에게 대중적 인기를 안겨줬다.

□ 송골매의 모태는 캠퍼스 밴드다. 이들의 성공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꽃피었던 캠퍼스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강변가요제’ ‘ 대학가요제’ 같은 콘테스트는 음악적 재능이 있는 대학생들의 등용문이었다. 대부분의 밴드들은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졌지만 송골매는 연주실력뿐 아니라 김소월의 시를 록으로 바꾼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등 전통의 재해석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런 예술적 성취로 스타 밴드가 됐다. 전성기 시절 송골매는 밀려드는 공연과 영화 출연, CF촬영 등으로 ‘캠퍼스 그룹의 캠퍼스 이후 성공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신현준ㆍ최지선 ‘한국 팝의 고고학 1980’)로 꼽힌다.

□ 밴드 해산 이후 한 명은 방송인(배철수)으로, 다른 한 명(구창모)은 사업가로 변신하는 등 대중 음악계를 떠나 있어 이들의 재결합 여부는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만나야 하는 사람은 만나는 법인 모양이다. 송골매의 재결합 소식에, 이들을 동시대에 체험했던 50대뿐 아니라 이들의 음악을 유튜브에서나 접했을 법한 20대들의 예매도 활발하다고 한다. 송골매의 음악이 중장년들에게는 청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웬지 모르게 짓눌려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의 희망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1982년 전성기 시절의 송골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2년 전성기 시절의 송골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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