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는 다시 구성돼야 한다

입력
2022.09.08 00:00
27면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한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8월 30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험난한 여정이 닻을 올린 것이다.

2003년 1차 재정계산 이후 2018년 4차에 이르기까지 4차례의 재정계산이 있었다. 1차에서는 연금발전위원회 산하에 제도발전 및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운영했다. 제도와 추계전문위원회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제도 개선과 관련된 재정추계를 즉시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2·3·4차에서는 재정추계 결과가 완결된 후, 그 추계 결과를 근거로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졌다. 제도발전 위원이 재정추계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통로가 닫혀 버린 것이다. 제도 개편 방향에 따른 다양한 재정추계 결과를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차 이후의 3차례 재정추계 위원회 운영 방식의 단점을 해소하고자 5차 재정계산에서는 제도 개편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재정추계위원회 산하에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제도 개편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재정추계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보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소수 정예 위원회로 구성해, 중립적인 재정추계 결과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이후 4년이 흐르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출생률이 급락하는 등 재정추계 여건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관련법상, 재정추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에 앞서 재정추계 추진 방향에 대해 국민연금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10일 개최된 심의위원회에서는 당초 의도와 달리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하는 위원들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중립적인 재정추계 전문가 위주로 운영하려던 당초 구상이 틀어진 것이다. 소수 전문가 위주로 위원회를 운영하려고 전문위원회 위원수를 축소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해 관계자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재정추계에서 필수적인 인구, 노동, 거시 전문가 등이 배제됐다. 특히 전체 11명 위원 중에서 재정추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보험계리 전문가가 단 1명이라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관련 전공자가 아님에도 과거 재정추계위원회 위원이었다고, 또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무조건 재정추계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경제학 분야의 연금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음에도, 순수한 재정추계 전문가로 보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초 구상과 달리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구성되었다면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빨리 수습해야 한다. 비교적 중립적이라 할 수 있는 공익위원이 이번 위원회 구성에서는 2인에 불과하다. 과거 위원회의 6인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재정추계만 20년 가까이 해온 진짜 추계 전문가조차 위원에 포함되지 못했다.

국가 흥망성쇠를 좌우할 국민연금 개혁의 근거자료를 제공할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 구성을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당초 취지대로 환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과거 재정추계위원회처럼 중립 성향의 공익위원 수를 늘리는 쪽으로 위원회 구성을 빨리 재편해야 한다. 특정 이해집단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 상당수는 태생적으로 중립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 관계자 대부분이 보험료율 인상을 꺼리거나, 대책 없는 연금 지급률 인상을 강조하고 있어서 그러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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