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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추석 차례상 비용 오르나…대형마트, '수급·가격 안정화' 안간힘

입력
2022.09.06 1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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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배추 등 수급 및 가격 안정화
추석 앞서 막바지 가격 할인행사도
"10월까지는 가격 오름세 계속될 듯"

6일 오전 전남 해남군 농경지의 배추밭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가을 김장배추가 뿌리를 내리기 전 쓰러졌다. 전남 해남군 제공

6일 오전 전남 해남군 농경지의 배추밭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가을 김장배추가 뿌리를 내리기 전 쓰러졌다. 전남 해남군 제공


"생육 부진에 태풍 피해까지 입은 배추는 농가 추가 계약으로 리스크를 분산한다고 해도 파격적인 가격 방어가 쉽지 않아요. 10월 중순까지는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겁니다." (대형마트 관계자)


연중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활기차야 할 대형마트에는 긴장감마저 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주요 농산물의 출하량이 줄면서 장바구니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각 대형마트들은 수급이 불안한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막바지 추석 할인에 힘을 쓰는 등 가격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추석 물가 잡아라…시금치·무·배추 '물량 확보전'

채소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채소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제수용 과일은 장기 저장이 가능하고 올해 태풍이 오기 전 대부분 조기 수확을 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수시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채소는 수급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6일 소매가 기준 배추(1포기)는 1년 전(4,918원)보다 70.6% 오른 8,393원으로 나타났다. 무(1개)와 시금치(1kg)도 각각 78.9%, 69.1% 가격이 올랐다.

폭염, 폭우로 작황이 좋지 않은 시금치는 이번 태풍으로 '3연타'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전국 권역별로 계약된 시금치 농가들의 공급처를 서둘러 늘리고 있다. 보통 지역별 농가들은 인근 점포에 시금치를 공급했지만, 비 피해가 없는 경기 일산, 강원 춘천, 호남 등 농가들은 명절 물량 부족에 대비해 현재 수도권 점포에도 시금치를 보내고 있다.

11월 김장철까지 수요가 이어질 배추, 무 가격도 발등의 불이다. 이마트는 기존에는 산지나 납품 업체를 통해 무를 수급했지만, 최근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서도 수시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여름부터 무의 물량 안정화를 위해 납품업체를 추가 확보해 운영 중"이라며 "추석 물량도 최대한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비교적 작황 상태가 좋은 안반데기 배추 농가와 추가 계약해 점포에 공급하는 식으로 가격 오름세를 막느라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큰 폭의 가격 할인은 어렵겠지만, 계약 재배이기 때문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식으로 가격을 소폭 낮출 수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마트는 태풍 영향으로 배추 산지에서 포장 작업이 어려워지자 매장에서 직접 포장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빠르게 수급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이틀 남기고 막바지 가격 할인에도 힘을 준다. 홈플러스는 정부에서 추석 민생 안정 대책으로 추진하는 할인쿠폰 행사와 별도로 할인 폭을 최대 50%까지 키운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14일까지 진행한다. 이마트는 비싼 식재료 대신 송편, 전, 나물 등을 간편히 차릴 수 있는 명절 먹거리 가정간편식(HMR)의 물량을 10% 늘리고 할인 행사를 열었다.



농산물 가격, 추석 지나도 오른다…"10월까지 지켜봐야"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보기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보기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추석이 지나도 주요 농산물 가격은 고공행진할 전망이라 소비자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농업관측 9월호 과채' 보고서를 보면, 청양계 풋고추의 도매가격은 10㎏당 4만8,000원으로 1년 전 가격(2만5,400원)보다 89% 비싸다. 출하 면적이 전년 동월보다 14% 줄어든 데다, 폭염·폭우로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빨강 파프리카는 이달 출하량이 17%나 줄어들어 도매가격(5㎏에 4만 원)이 같은 기간 46.5%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애호박(17.2%) △오이(19.1%) △오이맛고추(10.2%) 등도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남부 지역으로 주요 생산지가 내려가는 와중에 태풍 피해를 입어 채소 출하량이 줄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추석이 지나면 채소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태풍 변수로 10월까지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라 기자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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