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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헤치고 인명 구하고, 가스누출 막고... 폭우에도 빛난 경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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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요청.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도림천 요구조자 발생.”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서울지역에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던 5일 오후 9시 24분. 구로경찰서 신구로지구대 순찰1팀 소속 김충현(34) 경사와 김동현(33) 경장의 순찰차에 구조 요청 알림이 울렸다. 물이 불어난 도림천에서 한 여성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건을 처리하느라 근처에 있던 두 경찰은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2분 만에 하천에 도착하니 여성은 큰 나무를 붙들고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이미 100m 이상 떠내려온 상태였다. 얼굴과 손만 겨우 물 밖으로 내놓은 채 기진맥진해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았다. 물살이 워낙 거세 도림교 인근에 있던 신고자는 구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소방대를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두 경찰관은 별도 안전장비 없이 하천으로 들어갔다. 김 경사는 6일 통화에서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천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한 채 기어코 여성을 건져냈다. 신고 접수 후 구조까지 딱 6분이 걸렸다.
구조 직후 여성은 저체온증이 의심될 만큼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 하는 등 충격도 상당했다. 경찰관들은 여성을 옮겨 진정시킨 뒤 지구대로 찾아온 가족에게 인계했다. 김 경사는 “경찰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시민들이 폭우 때 물가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주택가에서도 경찰의 빠른 대처로 도시가스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동대문서 회기파출소 소속 진병구(57) 경위와 김태욱(40) 경사는 6일 오전 4시 12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담벼락이 붕괴됐다”는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무너진 담벼락이 민가를 덮치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두 경찰관은 큰 돌덩어리 잔해가 가스 배관을 누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진 경위는 인근 주민 15명을 급히 대피시킨 뒤 “가스가 새는 것 같다”고 상황실에 보고했다. 급히 현장으로 온 가스 공급업체 직원은 바로 가스 공급을 중단시켰다. 공급업체 관계자는 “배관이 이 정도 무게에 눌렸는데 끊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경찰의 빠른 조치로 가스가 새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했다”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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