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달에 갈까

입력
2022.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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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유인 캡슐 '오리온'을 실은 초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져 있다. 케이프커내버럴 AP=연합뉴스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유인 캡슐 '오리온'을 실은 초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에 세워져 있다. 케이프커내버럴 AP=연합뉴스

마네킹을 싣고 달 궤도를 돌다 오려는 미국 유인 캡슐 ‘오리온’이 발사에 연거푸 실패했다. 2025년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 단계라던 미국이 자존심을 구겼다. 먼저 출발한 우리 ‘다누리’도 달에 아직 못 갔다. 지구에서 140만㎞ 떨어진 우주 한복판을 비행 중인데, 27일쯤 155만㎞까지 멀어졌다 달 쪽으로 방향을 틀 참이다. 발사 후 넉 달 반인 12월에야 달 궤도에 진입한다. 원래 한 달 만에 달에 가려던 다누리의 여정은 3년 전 바뀌었다.

□ 다누리는 2020년 12월 발사 예정이었다. 발사가 1년 반 넘게 연기된 건 다누리 중량이 예상했던 550㎏보다 128㎏이나 늘어서다. 무거우면 연료가 많이 드니 대책이 필요했다. 과학자들은 달 주변을 도는 ‘궤도’를 바꾸는 방법을 고안했다. 달 상공을 1년간 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려던 걸 9개월간 타원형, 나머지 3개월간 원형으로 돌기로 한 것이다. 원형 궤도를 유지하는 데 연료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 미국이 돌연 반대하고 나섰다. 타원형 궤도로는 다누리에 실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 카메라가 충분한 데이터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 데이터는 아르테미스 유인 우주선 착륙지를 찾는 데 필요하다. NASA는 궤도 아닌 ‘궤적’ 변경을 제안했다. 달을 도는 모양이 아니라 달로 가는 경로를 바꾸자는 거였다. 지구와 달, 태양 중력을 이용해 멀리까지 날아갔다 돌아오는 방법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11월 우리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날아가 NASA 제안을 수용하기로 협의했다.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 새 경로는 낯설었다. 설계에 반년 넘게 걸렸다. 통신도 보강해야 했다. 우주에선 거리가 2배 멀어지면 통신 가능 정보량이 4배 줄어든다. 미국은 최종 설계된 궤적에 ‘매우 우수’ 평가를 줬고, 통신도 돕기로 했다. 그렇게 다누리는 먼 길을 돌아가게 됐다. 미국은 오리온 궤적은 지름길로 설계했다. 곧장 날아 나흘 반이면 달 도착이다. ‘토끼’가 지체하는 동안 ‘거북이’는 부지런히 달리는 중이다. 행여나 딴 데로 샐까, 과학자들은 맘 졸이며 다누리 신호를 좇고 있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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