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5일 4차 회의로 종료됐다. 7월 4일 첫 회의를 가진 지 두 달 만이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대위변제(제3자에 의한 변제) 방식의 배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협의회는 "정부 예산을 활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일 기업 출연금으로 별도 재단이 대위변제를 진행하는 것이 정부안의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면은 한일 양국이 각자 입장을 정하고 마주 앉아 해법을 도출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그런데 당장 6일 일본 언론에서 한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조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도 곁들여졌다. 행여 서두르거나 수그리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기를 외교당국에 당부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 대신 대위변제 방식이 채택되더라도 해당 기업들의 사죄와 기금 출연을 필수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 의견을 무시한 졸속 협상은 자칫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 실패의 재판이 될 수 있다.
협의회가 피해자 측이 불참한 채로 진행된 만큼, 정부안 확정 과정에서 이들과의 소통과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 대위변제 관련 핵심 쟁점인 전범기업 참여를 두고, 협의회에선 재단이 전범기업으로부터 채무(배상금)를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는 방법이 거론됐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밝혔던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충돌이 없는 보상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이나, 법적으로 채권자(피해자) 동의 없이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이란 이유로 덜컥 추진했다간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일본 역시 전범기업의 사과 및 배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의 있게 협의에 나서야 한다. 강제동원은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전쟁 와중에 벌어진 범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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