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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성묫길 생명 위협하는 ‘벌 독 아나필락시스’

입력
2022.09.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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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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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벌초와 성묘 준비를 하는 성묘객이 늘면서 벌에 쏘일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8~9월은 벌이 산란하는 시기라 개체 수가 늘고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벌 쏘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간 벌에 쏘여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6만3,174명으로, 이 가운데 8~9월 발생한 환자는 52.1%로 절반이 넘는다.

벌에 쏘이면 대부분 해당 부위만 붓고 아프지만,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 전신 발작, 호흡 곤란, 의식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벌 독에 예민하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위 경련, 자궁 수축, 설사 증상 등 전신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두·후두나 기도 위쪽이 심하게 부으면서 쇼크가 발생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벌 독에 의한 증상 편차가 큰 원인은 벌 독이 지닌 독성 강도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면역체계와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벌에 쏘이게 되면 우리 몸속 비만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인 벌 독을 인식하고 백혈구 등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를 불러들이는 히스타민을 분비한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로, 혈관을 넓혀 혈류량을 늘리고 상처 부위에 부종과 통증,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벌 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이면 히스타민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때 혈액이 지나치게 빠져 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부작용이 급격히 심해지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쇼크사까지 올 수 있다. 이 같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치료 후에도 정식적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으로 인한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에게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벌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근무하는 소방관이나 양봉업자, 과거 벌에 쏘인 후 조금이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사람이 벌 서식 위험이 있는 곳에 갈 때에는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간단한 혈액검사로 벌 독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은 벌 독 알레르기 관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알레르기 유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벌 독 알레르기 항원 정밀 검사’와 비만세포가 활성화될 때 증가하는 혈중 트립타제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트립타제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벌 독 알레르기 검사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5종의 벌 독에 대한 알레르기 유무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벌 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벌 독을 비롯한 곤충 독에 심각한 쏘임 반응 병력을 보인 환자의 경우 비만세포 부하 증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립타제 검사를 통해 아나필락시스 같은 심각한 반응 위험도 수준을 알아볼 수 있다.

벌 독 알레르기를 보인 환자들은 주로 하나 이상의 벌 독 종류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벌에 쏘이는 시점에 어떤 종류의 벌에 쏘였는지 구별하기 어려워 다양한 종류의 벌 독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벌 독 알레르기 환자의 절반 정도는 여러 종류의 벌 독 검사에서 ‘동시 양성’을 보인다.

이지원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평소 벌 쏘임 위험이 높거나 추석 시즌 벌초나 성묘를 준비하고 있다면 해당 검사를 통해 벌 독 알레르기 여부를 미리 진단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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