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공제한도 14억원 상향안 불발
민주당 등 ‘부자감세’ 반대에 공감 많아
‘징벌세’ 정상화 좋지만 ‘공리’ 감안돼야
1주택자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종부세법 및 조특법 개정안(종부세 감면법)이 국회에서 여야 간 ‘반쪽 합의’ 상태로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미합의 부분은 기존 11억 원인 종부세 공제금액을 2022년에 한해 특별공제 3억 원을 더해 14억 원으로 늘리자는 안이다. 정부는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등에서 종부세 감면을 공약하지 않았냐며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공제까지 가는 건 명백한 ‘부자감세’”라며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들은 즉각 ‘공약 위반’과 ‘납세자 혼란’ 등을 거론하며 일제히 국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특별공제를 포함한 극적 합의를 통한 7일 본회의 처리, 또는 기합의 개정안대로 종부세를 부과하되 추후 처리를 통해 납세자들이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합의 특별공제 부분을 연내 처리키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사안은 단순히 공약 위반 등을 들어 정부안을 밀어붙이려고만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전 정부의 종부세 부과가 지나치게 징벌적이었다면 고치는 게 맞다. 그러나 ‘정상화’한다며 반대쪽 극단으로 치닫는 게 과연 공리(公利)에 부합하는지는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개정안은 여야 합의 부분만으로도 전 정부의 무리를 적잖이 바로잡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사·상속 등에 따른 일시적 2주택자와, 공시가 3억 원 이하 지방주택 보유에 따른 2주택자를 모두 1주택자로 간주해 과세키로 함에 따라 약 10만 명의 해당자가 종부세 감면을 받게 됐다. 또 고령·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 상속·증여·양도 시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키로 한 것도 약 8만4,000명이 혜택을 입게 됐다. 일각에선 “공시가 3억 원이면 시가로 대부분 지방 아파트가 해당돼 지방 투기를 부를 것”이라며 불만이지만, 일단 합의된 것이니 넘어가자.
문제는 특별공제다. 정부 여당은 3억 원의 특별공제 도입이 올해 종부세 부과액을 2020년 수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합의 불발로 공시가 11억~14억 원 주택 보유자 9만3,000명이 세 감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1주택자 종부세 경감을 위해 지난해에 이미 공제한도를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렸고, 거기에 더해 정부는 올해 시행령 개정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예정된 100%에서 60%로 대폭 하향조정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올해 1,057만 원을 냈어야 할 시가 30억 원 주택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가 이미 506만 원으로 감면된 상태인데, 특별공제까지 가는 건 명백한 ‘부자감세’란 얘기다.
참여연대와 정의당 등은 더 나아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도 선거 때 종부세 완화 공약을 남발했던 사실을 들며 “거대 양당이 ‘부자감세’를 합의하고 얼렁뚱땅 밀어붙이고 있다”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종부세 감면 대상을 40만 가구 정도로 본다면, 전체 2,340만 가구의 약 1.7%를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보수 정치권이 혹시 종부세 감면에 대한 폭넓은 반감을 단지 ‘못 가진 자들의 한풀이’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부세 원래 취지 중 하나는 강력한 누진적 세제를 통해 ‘강남불패’ 신화에 대한 맹신을 누그러뜨리고, 주거선호도를 분산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균형·분산적 주거정책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취지가 전혀 틀린 건 아니다. 종부세를 보정하더라도, 최소한 ‘비싼 집과 다주택을 소유하려면 더 많은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시장심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유세 감면은 적절한 균형을 찾을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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