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 밀집 부산 해운대...'빌딩풍' 우려에 주민들 불안

입력
2022.09.05 16:20
수정
2022.09.05 18: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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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 사이 바람 위력 강해 피해 우려
부산지하철 6일 오전 육상 구간 운행 중단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부산=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부산= 뉴시스

빠른 속도로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새벽 남해안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안가에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 해운대 주민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하면서 강해지는 ‘빌딩풍’에 대한 우려가 크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인근 상점 앞에는 상인들이 모래주머니로 쌓은 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강한 파도로 바닷물이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상가 점포들도 강풍에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합판을 붙이고 있었다. 마린시티의 한 상인은 “이번 태풍이 역대 가장 강하다고 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인근 청사포와 광안리 등에서도 이날 비슷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달맞이 언덕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와 빌라 등에서는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창틀을 고정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특히 매립지에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해운대 마린시티에는 ‘빌딩풍’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빌딩풍은 높고 좁은 초고층 건물 사이를 통과한 바람의 위력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해운대 앞바다는 초속 23.4m 바람이 관측됐지만, 마린시티에선 초속 36m, 엘시티에선 초속 47.6m의 강풍이 기록됐다. 당시 마린시티 일대는 빌딩풍에 의한 유리창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마린시티의 한 주민은 “과거 힌남노보다 약한 태풍이 덮쳤을 때도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걱정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가 있는 마린시티와 청사포, 미포, 구덕포 상가 150곳에 대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대피 권고를 내렸다. 침수와 산사태가 우려되는 동구 자성대 아파트 일대와 금정구 온천천 주변, 사하구 등 690세대에 대해서도 대피권고를 했다.

대중교통도 통행이 제한된다. 부산교통공사는 6일 첫차부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1∼4호선 지상구간 운행을 중단할 예정이다. 풍속이 초속 30m 이상일 때를 대비한 안전 조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7시~8시 사이 힌남노가 부산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행 중단 구간은 1호선 교대∼노포, 2호선 율리∼양산, 3호선 구포∼대저, 4호선 반여농산물∼안평 구간이다. 공사 측은 태풍 상황이 해제되면 승객 없이 열차를 시속 25㎞로 운행해 선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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