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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연 지 1주일 지났는데 또 태풍이라니..."

입력
2022.09.06 00:10
수정
2022.09.06 05: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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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폭우 피해 컸던 서울 전통시장
고물가에 또 폭우 예고돼 상인들 시름
피해 극복 못 하고 아예 문 닫는 가게도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이불 가게 직원이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이불을 선반 위로 올리고 있다. 나광현 기자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한 이불 가게 직원이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이불을 선반 위로 올리고 있다. 나광현 기자

“다시 가게 문을 연 지 딱 1주일 지났어요. 그런데 또 태풍이라니요.”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입구에서 이불 장사를 하는 윤모(54)씨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직원과 함께 비닐로 포장한 이불과 베개 등을 천장 가까운 높은 선반에 올리느라 분주했다. 사계시장은 지난달 8, 9일 수도권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졌을 때 130여 곳 점포 중 절반 가까운 60여 곳이 침수 피해를 봤다. 치솟는 물가에 더딘 피해 복구를 감당하기도 벅찬데, 태풍 ‘힌남노’까지 상륙한다고 하니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손님 '뚝'... 추석 대목은 언감생심

취재진이 이날 들른 사계시장과 인근 성대전통시장, 관악구 관악신사시장에선 연중 대목이라는 추석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성대시장에서 27년째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최건주(74)ㆍ최은화(64)씨 부부는 가게 바닥에 부려 놓은 콩 자루를 쳐다보며 “저건 무거워서 높은 선반에 올려놓지도 못한다”며 “그렇다고 장사를 접을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푸념했다. 부부는 “태풍이 그저 조금만 비를 뿌리고 지나가길 하늘에 빌어야지 별수 있겠느냐”고 했다. 신사시장의 떡집 사장 이금희(52)씨는 “손님이 뚝 끊겨 평소 명절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면서 “언론에서 전통시장 피해 소식 위주로 알리니 그런 이미지가 박혀 더 그런 것 같다”고 원망스런 기색을 비치기도 했다.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추석 제수용품을 파는 강해복씨가 침수에 대비해 상품을 선반 위로 올리고 있다. 나광현 기자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추석 제수용품을 파는 강해복씨가 침수에 대비해 상품을 선반 위로 올리고 있다. 나광현 기자

고물가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더 힘들게 한다. 재룟값은 계속 오르는데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 찾는 손님이 더 줄어들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계시장에서 밤과 대추 등 추석 제수용품을 파는 강해복(57)씨는 “오래된 약과 말고 새걸로 달라”는 손님의 요청에 “지난달 침수된 상품은 팔지 않는다. 다 새로 구입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지난달 폭우 때 진열된 상품이 물에 잠겨 5,000만 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추석을 맞아 어떻게든 만회할 요량이었지만,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평소 40㎏ 한 자루에 14만 원 안팎으로 들여오던 햇밤 가격이 17만 원까지 오른 탓이다. 생대추 10kg도 4~5만 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8만 원은 줘야 사올 수 있다. 강씨는 “사실상 마진 없이 장사하는 셈”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성대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장세종(65)씨도 “가뜩이나 쇠고기 가격이 올라 남는 것도 없는데 비가 또 오면 소비자들은 죄다 대형마트로 몰려간다”고 호소했다.

연이은 폭우에 문 닫는 가게 속출

5일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한 의류점에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나주예 기자

5일 서울 관악구 관악신사시장 한 의류점에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나주예 기자

악재만 쌓이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장사를 접는 상인들도 부쩍 늘었다. 신사시장만 해도 의류점 등 상점 3곳에 폐업을 알리는 ‘점포 정리’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20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지난달 수해 당시 특히 의류점 피해가 컸다”며 “옷은 물에 젖으면 말려서 팔 수도 없다”고 했다. 그 역시 500만~600만 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가게에 사람이 있을 때 물이 들어차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김씨는 가게를 내놓은 옆 의류점를 가리키며 “폭우가 그친 뒤 열흘 이상 장사를 못 하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도형 기자
나주예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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