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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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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나흘 뒤면 한국인에게 각별한 음력 8월 15일 추석이다. 한가위, 중추절, 가배(嘉俳)로 불린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를 뜻해 가을의 가운데 큰 명절을 의미한다. 추석의 백미는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 자체다. 근황을 주고받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밤새 이어진다. 부모, 형제간에도 주의, 주장은 제각각이다. 사는 곳이 다르면 수도권과 지방, 장년층과 젊은 세대 간, 직업 간 전방위 소통이 이뤄진다. 지역마다 이런 담론이 모여 여론을 형성한다. 정치권이 ‘추석 민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대선에서 추석연휴는 판세가 뒤바뀌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1997년 이인제 후보는 추석을 사흘 앞둔 9월 13일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그는 “세대교체만이 30년 낡은 3김 정치를 청산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김대중 후보와 경쟁하던 이회창 후보가 두 아들 병역비리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불렸던 이 후보는 신한국당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원죄’를 갖고도 지지율이 올라갔다. 제3후보 등장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이어진다.
□ 2002년에는 추석 나흘 전인 9월 17일 무소속 정몽준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상식의 정치를 여는 새 시대 중심에 서겠다”고 밝혔다. 이회창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노무현 후보는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끝에 6월 이후엔 10%포인트 이상 밀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개최로 국민적 인기가 올라간 정 후보가 뛰어들면서 대선판은 요동쳤다. 최종적으론 ‘노-정 후보 단일화’ 반전드라마가 추석 민심에서 잉태된 셈이 됐다.
□ 작년 추석 때는 윤석열-이재명 모두 당내 경선에서 위기를 맞고 있었다. 호남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0대 지지층을 중심으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맹추격 중이었다. 이를 극복한 두 사람은 대통령과 제1당 당대표가 됐다. 이번 추석 밥상엔 정치 화두가 넘쳐난다. 이재명 검찰소환을 둘러싼 정국대치, 김건희 특검, 법원 결정에 맞서는 ‘윤핵관’과 국민의힘, 대통령과 소속 정당에 독설을 날리는 이준석까지. 민생이 어려운 이번 명절, 비호감 일색 정치에 대한 원성이 용산과 여의도까지 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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