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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30분이 술방… 미디어 음주 조장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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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배구선수 김연경이 도쿄올림픽 직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함께 코트를 누빈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회포를 풀면서 올림픽 뒷이야기와 '인간 김연경'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방송 내내 '술'을 돋보이게 해 김연경의 출연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전체 방송 분량의 30.7%인 27분 55초를 술로 채웠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얘기다. 김연경이 출연한 나혼자산다 412회차는 약 3분의 1이 음주 장면이었다. '술방(술 마시는 방송)'이 트렌드라고 하지만, TV와 유튜브의 음주 조장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5일 발표한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나혼자산다 등 출연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른바 '관찰 예능'에서 출연자가 직접 술을 마시는 장면이 1회 방영분 전체 분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1월 방영된 시청률 상위 1~20위 인기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음주 장면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음주 장면이 가장 길었던 방송은 종합편성채널 MBN의 '돌싱글즈2' 4회차였다. 전체 방송 분량의 46.5%, 39분 51초를 음주 장면으로 채웠다. 음주 장면은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간 차이로 계산했다. 음주 노출 비율로 계산하면 돌싱글즈2에 이어 SBS '집사부일체' 176회차 30.8%(22분 22초), MBC 나혼자산다, tvN '어쩌다 사장' 8회차 29.8%(30분 18초), SBS '미운우리새끼' 238회차 25.8%(26분 9초), JTBC '1호가 될 순 없어' 43회차 25.3%(30분 25초) 순이었다.
단 횟수로 치면 예능보다 드라마 속 음주 장면이 더 많았다. 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1편당 음주 장면은 0.9회였고, 예능과 드라마는 각각 0.5회, 1.3회였다. 지상파(0.7회)보다는 종편·케이블(1.2회)의 음주 장면이 더 많았다.
음주 장면을 분석한 결과 원샷, 술잔 돌리기, 폭탄주 등 해로운 음주 행동이 32.3%였고, 음주 후 고성방가, 욕설, 폭력 등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동은 11%에 달했다. 6.6%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청소년이 즐겨 보는 유튜브의 음주 조장은 더 심각했다. MZ세대 대표 연예인 이영지와 인기 아이돌이 출연하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 대표적이다. 구독자 137만 명에 5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방송 내내 '누가 더 술을 잘 마시나' 술 대결을 벌인다. "여기는 네 발로 기어나갈 수 있다"는 멘트까지 나온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처럼 유튜브의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과음, 폭음, 폭탄주, 성적 묘사 등 부정적 행동을 보이거나 주류 제품을 광고하는 내용도 담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유튜브 전체 음주 영상의 조회수는 평균 약 80만 회"라며 "아동, 청소년에게도 상당 부분 노출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1편당 음주 장면이 5.1회에 달했다. 예능과 드라마 1편당 평균 음주 장면은 각각 3.3회, 5.6회였다. '백스피릿' 16,.2회, '환승연애' 13.3회, '유명가수전 히든트랙' 8회, '술꾼도시여자들' 6.1회 순이었다.
문제는 음주 조장 미디어 콘텐츠가 실제 음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건강증진개발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에서 묘사된 음주 장면 시청 이후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느냐'고 물은 결과, 20%가 "그렇다"고 답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일수록 음주 장면을 본 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브의 경우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을 하는 사람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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