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 발언 막아라'···태풍·추석 앞두고 설화(舌禍) 막으려 윤 대통령 메시지 최소화

입력
2022.09.05 15:30
수정
2022.09.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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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회견서 "힌남노 관한 말씀만 받겠다"
민주당 尹 고발에도 대통령실 "보탤 말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 중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 중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태풍 '힌남노' 북상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메시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난 대응을 앞두고 자칫 돌출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비상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 모두발언에서 태풍 대응을 강조한 뒤 "재난 상황에 관한 다른 질문 있나. 오늘, 내일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태풍 힌남노에 관한 말씀만 좀 받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이 약식회견 중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적은 많지만, 질문 범위를 먼저 제한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저 이사 시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대선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고발한 데 대해서도 반응을 삼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켜야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무, 역할에 오늘도 전념할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보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대응 기조는 국가 위기 상황에 불필요한 메시지로 괜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디지털소통비서관실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사진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만들고, 수해 복구 봉사에 나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특히 정부의 재난 대응은 민심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피해 예방에 온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조에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은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인선과 달리) 국회 청문회가 있는 자리는 좀 더 신중해야 해 인선 시점을 못 박을 순 없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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