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생활 주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착시현상들. 서울대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가 ‘지각심리학’이란 독특한 앵글로 착시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동서고금 수수께끼가 된 '달 착시'
많은 시도에도 확실한 정답 없지만
한가위 달은 변치 않는 희망의 상징
추석이 오고 있다. 추석에 보는 달은 다른 어느 때보다 크고 환하다. 아마도 수확으로 들뜬 마음이 달을 볼 때 반영되나 보다. 달은 땅에 가까이 있을수록 크게 보이고, 하늘 높이 뜰수록 작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달이 눈에 맺히는 크기는 거의 같거나 맨눈으로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를 달 착시라고 한다. 손을 쭉 뻗어 달 옆에 엄지손가락을 대어 보라. 그러면 달이 어디에 있든지, 엄지손톱보다 훨씬 작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김홍도의 그림처럼 우리 옛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달도 땅이나 산 바로 위에 떠 있을 때 더 크게 묘사되어 있는데, 우리 현대인만이 아니고 옛 조상들도 달 착시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왜 뒷동산에 걸린 달이 커 보일까? 심리학에서 두 개의 설명이 가장 큰 주목을 끈다. 첫 번째 설명에 따르면, 우리 눈은 달이 뒷동산 가까이 있을 때 홀로 텅 빈 하늘에 떠 있을 때보다 더 멀리 있다고 계산한다.(그림1) 뒷동산이 멀리 있다는 거리 단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달이 더 멀리 있기 때문에 그만큼 크기를 보정해서 더 크게 본다는 것이다. 이 자동화된 계산 때문에 평소 물체들이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크기가 늘 일정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설명의 가장 큰 약점은 사람들은 뒷동산의 달이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이는 거리/크기 역설이라고 하는데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다만, 달이 멀리 있다고 계산하는 처리와 달이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처리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두 번째 설명은 달 주변 물체들과의 크기 비교가 달 착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그림2) 뒷동산의 달은 주변의 산이나 아파트와 같은 물체들과 크기가 즉각적으로 비교된다. 멀리서 보면 달은 이 물체들과 더 크거나 비슷한 크기로 눈에 맺힌다. 따라서 그만큼 달이 커 보이게 된다. 반면, 하늘 높이 뜬 달은 비교될 만한 물체가 주변에 없어 있는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커 보이지 않게 된다.
이 두 설명은 같은 결과를 예측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옳은지 알기 어렵다.
특히, 달은 자신이 살고 있는 친숙한 환경을 배경으로 뜰 때 커 보인다. 필자가 몇 년 전, 서울대 부근 관악산 위에 뜬 추석 보름달을 찍었을 때 같은 경험을 했다. 서울대 정문에서 아래로 1㎞가량 떨어진 신림동에서 관악산 쪽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리 크게 보이는 보름달도 사진에 담으면 작게 보인다. 현장에서 볼 때는 뒷동산까지 거리감이 풍부한데 사진에 담으면 거리감이 거의 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진에 달을 크게 담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최대한 멀리서 망원렌즈를 최고배율로 확대하여 찍어야 한다. 그래야 뒷동산이나 아파트와 같은 큰 건물이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나오고 그만큼 달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망원렌즈가 없으면 망원경을 스마트폰 앞에 두고 찍을 수도 있다. 둘째, 달 주변이 너무 어두우면 달이 너무 밝게 나오기 때문에 주변이 칠흑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달이 떠 있으면서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 달 사진을 찍기에 좋다. 마지막으로, 달은 동쪽에서 뜨므로 시야가 탁 트인 서쪽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촌 한강공원에서 한강 건너편 동쪽 높은 빌딩들 사이로 뜨는 달이 좋은 예이다.
40여 년 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 맞이하던 추석 환경은 지금 환경과 크게 다르다. 추석 달을 바라보던 논두렁 짚더미 자리에는 자동차 공장이 들어섰고, 어린 시절 어른들은 모두 사라져 찾을 길 없다. 오직, 추석 보름달만이 변하지 않았다. 그처럼 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변치 않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을 꿈꾸고 있는 현실의 나를 생각하면 그것은 너무 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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