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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거제에 있던 배 서해로 긴급 이동" 마이삭 악몽 재현 막으려 조선소들 안간힘

입력
2022.09.04 13:00
수정
2022.09.04 14:5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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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9척·대우조선 6척 서해 목포·보령 피항
"태풍 영향권 벗어날 때까지 비상대응체제"

7월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 진수되고 있는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7월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 진수되고 있는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은 주말까지 울산조선소에 정박돼 있던 새 선박 9척을 서해 목포, 보령항 인근 등으로 옮겨놨다. 건조 마무리 단계이거나 시운전 중인 이 배들이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망가지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소 안벽에서 건조 중인 선박들은 강풍에 대비해 계류 로프까지 두 배가량 보강해 단단히 묶어뒀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동남권 해역에 사업장을 둔 조선사들은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장감 속에 주말을 보냈다. 힌남노가 대한해협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건조 중인 배가 쓰러지면 인근 작업장의 안전 문제는 물론 복원 비용, 선박 납기 지연에 따른 연쇄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힌남노가 2003년 국내를 강타한 '매미'보다 강력할 거란 전망도 나온 터라 주말 동안 실시간 기상 분석과 태풍 이동 경로 파악을 시작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바삐 움직였다"고 전하면서 "모든 회사가 태풍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긴장한 건 2020년 남해안과 동해안을 휩쓸고 간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대형에탄운반선(VLEC)이 기울어지면서 사고를 겪은 현대중공업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선박 접안 시설이 무너지고, 선내로 바닷물이 들어차 탱크와 엔진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 피항을 비롯해 유해·위험 물질을 안전지대로 옮기고 침수·붕괴 등에 대비한 사전 점검도 꼼꼼히 진행했다"고 전했다. 공장 외곽에 건물이 침수되지 않게 돕는 차수 설비를 세우고, 블록 전도 방지 및 결박 조치도 취했다. 또 강풍으로 날아다닐 수 있는 비산물이나 위험 물질을 안전 지대로 옮기고, 부서별로 사전 점검 결과를 태풍 상황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에 등록·관리하는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경남 거제시에 기반을 둬 태풍 영향권에 먼저 놓일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바삐 움직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옥포조선소에 힌남노 대비 방재 지침을 하달하고, 현장 사무실·휴게실 등으로 쓰이는 컨테이너와 화장실 등 간이시설물을 고정했다. 선박·건물 등의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구를 확인하고, 해상 크레인 및 이동 가능한 선박 6척에 대한 서해 피항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도 역시 계류 중인 선박을 고정하는 로프를 보강하고 침수·해일·정전 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 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조선소엔 골리앗 크레인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많은 탓에 대형 태풍 대비에 따른 긴장도는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크레인의 경우 옮기거나 높이를 낮추기도 어려워 이동 시 쓰이는 레일을 좀 더 단단히 고정시키는 게 최선책"이라며 "어지간한 태풍은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지만,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예의주시하고 주변 통행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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