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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감축법 사태 아쉬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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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거세질 공급망 재편 압박의 예고편에 가깝다. 법은 발의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달 16일 시행에 들어갔다. 북미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독소조항을 인플레와 연결시킨 발상이 놀랍다. 이에 현대·기아차 경영진이 비상등을 켜고 워싱턴으로 달려갔으나 뾰족수는 보이지 않는다. 대당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 내 2위인 한국산 전기차 수출은 기반부터 흔들린다. 미 에너지부가 공개한 보조금 가능 전기차에 독일산은 있어도 한국산은 없다.
□ 3개월 전 13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의 현실은 미국의 탈중국 주문에 다름 아니다.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구축은 2차전지, 전기차에 그치지 않는다.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 AMD의 인공지능(AI) 등 첨단 컴퓨터칩의 대중 수출도 중단시켰다. 자국 기업에 대한 탈중국 명령까지 하는 걸 보면 새로운 조치가 또 어떤 식으로 날아들지 알 수 없다. 민관이 정보교류·협조 체계를 갖춰 머리를 맞대는 것부터 강구해야 한다.
□ 사실 IRA 사태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선례다. 진작 외교력에 집중했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당국은 초기에 대응했다고 하나 약 300차례 가해진 법안 수정 가운데 무엇을 바꿨는지 궁금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1주일 전 산업계가 지원 요청에 나섰지만 당국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 공개된 적도 없다. 안이하게 대처한 흔적이 한두 곳이 아닌데 무엇보다 법안의 의회 통과 직전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 7월 말 전체 내용이 공개된 법안은 상원을 거쳐 지난달 12일 하원에서 최종 통과됐다. 법안이 하원에서 가결되기 열흘 전 막강 영향력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중 견제 순방차 방한해 우리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절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외교장관은 해외에 나가 있었고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만나지 않아 홀대 논란만 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섭섭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법이 한국 정치시계로 문재인 정부 말기, 윤석열 정부 초기에 입법화돼 어느 한 쪽 탓을 할 계제는 물론 아니다. 그래도 문제를 풀어야 할 책무는 경제안보 동맹까지 확약한 현 정부에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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