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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외 근무 월평균 92시간'... NHK 기자 또 과로사

입력
2022.09.04 15:24
수정
2022.09.04 15:4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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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어 또 과로사 후 산재 인정
NHK "깊이 반성한다”며 또다시 사과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한 NHK 방송센터 전경. 위키피디아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한 NHK 방송센터 전경. 위키피디아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일본 공영방송 NHK의 기자가 최근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NHK는 2013년 팀장급 기자의 과로사와 산재 인정 이후 2017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을 대대적으로 진행했지만, 재발을 막지 못했다. NHK는 "깊이 반성한다”며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일본 도쿄 노동국 시부야 노동기준감독서(한국의 지방노동청에 해당)는 2019년 10월 사망한 NHK의 40대 남성 기자에 대해 2일 산재를 인정했다고 3일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NHK의 인사·노무 담당 이사 등 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장시간 노동에 따른 부담이 있었다”며 과로사를 인정했다.


사망 전 5개월간 근무시간 '과로사 라인' 넘어

숨진 남성 기자는 수도권국 소속으로 도쿄도정 취재를 총괄하는 ‘도청 캡(팀장)’을 맡고 있었다. 과로사 직전 수개월간 참의원 선거와 태풍 피해, 2020년 열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관련 취재를 총괄하느라 업무 강도가 높았다. 근무 기록에 따르면 사망 전 5개월 동안 월 평균 시간 외 근무가 92시간에 달했다. 일본에서 ‘과로사 라인’이라 불리는 '월 평균 시간 외 근무 80시간 이상'을 훌쩍 넘긴 것이다. 해당 기자는 아침에 갑자기 일어나지 못했고, 가족의 신고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세상을 떠났다.

2013년 7월에도 도쿄도청 기자단에 속해 있던 NHK 여성 기자(당시 31세)가 과로사해 산재 인정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NHK는 숙직 근무를 줄이고 장시간 노동을 한 직원이 산업의사와 면담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 방안을 마련해 2017년 12월부터 실행해왔다. 산업의사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도·조언하는 의사를 말한다. 그러나 약 5년 만에 또 다른 과로사가 발생하면서 개혁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시부야 노동기준감독서는 NHK에 대해 “직원들이 산업의사에게 실제 진료를 받는 비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근무 시간이 길어서 면담을 하라는 통보를 받더라도 바쁜 업무 등의 이유로 면담을 하지 못하는 직원이 많다는 의미다.


NHK "깊이 반성" 유족 "조직 풍토 재검토해야"

NHK의 야스호 하나코 수도권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같은 출입처에서 또 산재가 발생한 점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여러 가지 대책을 취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NHK는 또다시 과로사 재발 장치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3개월간 의사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들에게 직원들의 건강 대책 재검토를 맡기기로 했다.

숨진 남성 기자의 배우자 등 유족은 NHK의 미온적 대처를 성토하는 입장문을 냈다. “NHK에선 과거에도 같은 일(과로사)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나 버렸는가. 남편은 생전에 'NHK에는 나보다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직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조직 풍토를 재검토해달라. 그래서 앞으로는 직원과 가족의 삶과 행복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직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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