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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이도 피할 수 없는 ‘녹내장’…국내 환자 70%가 ‘정상 안압’

입력
2022.09.05 18: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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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을 꾸준히 치료하면 평생 혼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을 꾸준히 치료하면 평생 혼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녹내장(綠內障ㆍglaucoma)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초기에는 시야가 축소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지 못하면 중심 시력이 떨어지고 급기야 실명할 수 있다. 녹내장으로 매년 97만 명이 안과를 찾으며, 40대 이상이 80% 정도를 차지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녹내장 치료 전문가’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녹내장에 걸리면 실명을 피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지나치게 두려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종종 있다”며 “그러나 꾸준히 치료하면 평생 혼자서 충분히 생활할 때가 훨씬 많다”고 했다.

-녹내장을 설명하자면.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신경 유두 함몰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시야 결손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발병 원인으로는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을 기계적으로 누르거나 안구 내로 흘러가는 혈류 감소가 있다.

녹내장이 다른 안과 질환에 비해 무서운 이유는 초기나 중기까지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말기가 돼서야 환자는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데, 이때는 시신경이 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손상돼 치료를 받더라도 실명할 수 있다.

녹내장 치료 핵심은 안압을 낮추고 안구 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이다. 치료는 우선적으로 눈에 점안하는 약물 치료를 진행하며, 이후 안압이 낮아지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면 레이저 치료나 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간단하고 회복이 빠른 최소 침습 수술법이 개발돼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녹내장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환자는 녹내장에 걸려도 진행이 매우 느리거나 치료를 통해 완치돼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내기도 한다. 반면 어떤 환자는 녹내장이 급격히 진행돼 실명하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로 안압을 낮췄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주기적으로 시신경과 시야 검사를 진행해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았는지 추적 관찰해야 한다.

검사에서 시신경 손상이 발견되면 약물 치료 및 수술로 안압을 다시 낮춘다. 안구 내 혈액순환을 돕거나 시신경 건강을 위해 항산화제 등 약제나 음식을 섭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녹내장 진행을 억제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까지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검사를 받아 안압과 안구 내 혈액순환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는 일반 녹내장 환자와 다르다는데.

“녹내장 발병 원인은 높은 안압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내 녹내장 환자 중 70%는 정상 안압(10~21㎜Hg)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발생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을 일으키는 안압 범위와 시신경 상태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즉, 시신경이 튼튼하다면 안압이 높더라도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기도 한다. 반면 시신경이 약하면 정상 안압이라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환자는 정상 안압이었는데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아들이지 못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 사람들이 정상 안압 녹내장이 많은 이유를 아직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보다 시신경 구조가 안압에 취약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근시가 많으며, 특히 젊은 연령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근시가 있는 20~30대 환자 중 중증도 녹내장 환자를 자주 만나는데 이들 중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이 급속히 진행해 시신경 손상 및 시야 결손을 초래할 수 있기에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반면 근시에 의해 시신경 변형이 일어나 안압이 낮은 상태에서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나이가 들면서 녹내장 진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진행이 멈추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상당히 심한 녹내장이라도 좌절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예후가 좋을 수 있다.

근시 환자 가운데 녹내장 진행이 어떻게 멈추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지원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근시 환자의 안압 하강 치료 효과와 예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에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녹내장 환자와 가족에게 조언한다면.

“최근 20~30대에서도 녹내장을 앓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40대 이상에서 비중이 높다. 또한 나이 들면서 안압이 높아지는 반면 시신경은 약해지므로 40대가 넘으면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검진으로 녹내장 발생이 의심되면 매년 안과를 찾아 녹내장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녹내장은 앞서 말했듯이 환자마다 예후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녹내장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ㆍ관리하고 유산소운동ㆍ금연 등을 실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가족들은 환자가 실명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기적인 치료ㆍ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등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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