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한다"던 OLED TV '조용히' 공개한 삼성전자, 말 못할 속내는

입력
2022.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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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ED 대비 전시장 한편에 덩그러니 전시
LG OLED 견제했던 삼성, 뒤늦게 합류
OLED 판매 절반 차지한 유럽엔 소개할 수밖에
"국내선 LG와 1:1 구도 부담스러울 듯"

삼성전자 IFA2022 전시장에서 처음 공개된 QD-OLED TV. 별다른 기술 설명 없이 전시장 한편에 제품만 놓여 있다. 안하늘 기자

삼성전자 IFA2022 전시장에서 처음 공개된 QD-OLED TV. 별다른 기술 설명 없이 전시장 한편에 제품만 놓여 있다. 안하늘 기자


3년 만에 일반 관람객을 맞으며 2일(현지시간)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22의 삼성전자 전시 부스. 벽면 곳곳에 모니터들이 화려한 색을 뽐내는 가운데 전시장 중간에 TV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세계적 전시회에 등장했을 정도면 분명 중요한 제품일 텐데 외로워 보일 정도였다. 이 TV의 정체가 궁금했다. 유럽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 신제품이었다.

사실 이번 IFA를 두고 가전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삼성전자가 과연 OLED TV를 전시회에 가지고 나올지였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LG전자가 주도하는 OLED TV를 두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가, 올 초 뒤늦게 OLED TV 진영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관람객 잘 보이는 쪽엔 QLED·마이크로 LED, 전시장 한편에 OLED 전시


삼성전자의 IFA2022 전시장에서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IFA2022 전시장에서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런 OLED TV를 매우 소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1일 IFA2022가 열리기 전날 한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부스 투어에서도 OLED TV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았다. 보통 신제품을 내놓으면 대대적으로 알리던 삼성전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OLED TV를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복잡한 속마음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 TV의 잔상 문제 등 기술적 한계를 강조하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퀀텀닷(Quantum dot) 필름을 더해 만든 자신의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자랑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여러 차례 언론에 "OLED TV는 영원히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기술력이 주목받으면서 삼성전자를 뺀 주요 TV 제조 회사에선 모두 OLED TV를 내놓는 상황이다. 중국 회사들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LCD TV 시장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이런 흐름에 삼성전자 역시 올해 4월 처음으로 OLED TV를 선보였다.

문제는 유럽이 OLED TV의 핵심 시장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OLED TV 판매 중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44.5%에 달했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에 판 OLED TV 중 유럽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유럽의 다양한 거래선 관계자들이 IFA를 찾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OLED TV를 보여주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뒤늦게 OLED 합류…"OLED 강자 LG전자 의식할 수밖에"


LG전자가 IFA2022 부스 입구부터 소개한 97인치 OLED TV. 안하늘 기자

LG전자가 IFA2022 부스 입구부터 소개한 97인치 OLED TV. 안하늘 기자


그렇다고 이를 메인에 놓기엔 민망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생산 물량이 달리는 만큼 적극 홍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국내 미디어에는 자사 OLED TV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서는 OLED TV 시장을 개척한 LG전자와의 경쟁 구도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직까지 삼성전자는 미국, 유럽 등 일부 나라에서만 OLED TV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량도 2분기 삼성전자가 6만 대 수준의 OLED TV를 판매한 반면 LG전자는 76만 대 이상 판매했다. 삼성전자가 생산 물량 한계 때문에 55, 65인치 제품만 내놓은 반면 LG전자는 40인치대부터 90인치대까지 30종 넘는 OLED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란 얘기가 있었지만 양사 간 이견이 커 협상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일 국내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은) 항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OLED TV의 국내 출시 여부에 대해선 그는 "아직 생산량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했다"며 "그 부분이 풀리면 당연히 국내 소비자의 수요도 많기 때문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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