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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소환한 악몽... 매미·루사의 기억

입력
2022.09.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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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6일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으로 부산 감만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힘없이 넘어져 있다(왼쪽). 그해 9월 13일 해운대구 자성대 부두에 정박해 있던 선박형 해상관광호텔이 태풍 매미의 강풍으로 기울어진 채 바닷물에 처박혀 있다. 부산=손용석기자·연합뉴스

2003년 9월 16일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으로 부산 감만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힘없이 넘어져 있다(왼쪽). 그해 9월 13일 해운대구 자성대 부두에 정박해 있던 선박형 해상관광호텔이 태풍 매미의 강풍으로 기울어진 채 바닷물에 처박혀 있다. 부산=손용석기자·연합뉴스


2002년 9월 1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제주시 일도동 아파트 벽이 무너지며 차량을 덮쳤다. 한라일보 제공

2002년 9월 1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제주시 일도동 아파트 벽이 무너지며 차량을 덮쳤다. 한라일보 제공


2003년 9월 13일 부산 자성대 부두에서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으로 40톤 크레인이 넘어져 있다. 부산=이성덕 기자

2003년 9월 13일 부산 자성대 부두에서 태풍 매미가 몰고 온 강풍으로 40톤 크레인이 넘어져 있다. 부산=이성덕 기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20여년 전 악몽 같았던 슈퍼 태풍 '매미'와 '루사'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1 엄청난 위력의 바람 태풍 '매미'(2003년)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는 추석 연휴인 9월 12일 저녁 9시경 경남 고성군 앞바다로 상륙했다. 당시 최대풍속 49m/s에 중심 기압 954hPa(헥토파스칼)로 매우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던 매미는 상륙 직후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합포구) 해안가부터 궤멸시켰다. 태풍의 초저기압에 의해 빨려 올라간 바닷물이 만조와 강풍을 만나면서 무려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 해일을 몰고 온 것이다.

엄청난 해일로 인한 참사는 뜻밖에도 해안이 아닌 내륙에서 발생했다. 이날 밤 마산 서항 부두에 야적돼 있던 통나무들이 만조와 해일에 떠밀려 내륙으로 1.3km나 이동하면서 '해운플라자' 건물 지하통로까지 밀려 들어왔다. 당시 해운플라자 지하는 해일로 인해 순식간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떠밀려 들어온 통나무 여러 개가 지하 3층 노래방 입구를 막으면서 손님 8명이 탈출하지 못한 채 수몰되고 말았다. 당시 희생자들이 추석을 맞아 모임을 하던 일가족이나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었던 탓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03년 9월 13일 경남 마산시 합포구 해운플라자에서 군과 119 구조대원이 태풍 매미로 인한 해일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마산=고영권 기자

2003년 9월 13일 경남 마산시 합포구 해운플라자에서 군과 119 구조대원이 태풍 매미로 인한 해일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마산=고영권 기자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의 강풍으로 부산 해운대구에 정박해 있던 선박형 해상관광호텔이 물 속에 쓰러져 있다. 부산=이성덕기자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의 강풍으로 부산 해운대구에 정박해 있던 선박형 해상관광호텔이 물 속에 쓰러져 있다. 부산=이성덕기자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로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대정마을이 물에 잠겨 고립돼 있다. 대구=연합뉴스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로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대정마을이 물에 잠겨 고립돼 있다. 대구=연합뉴스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수출자유지역(현 마산자유무역지역)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의 공장 및 사무실 건물 1층이 물에 잠겼고 물류창고 또한 파도에 휩쓸렸다. 해일이 휩쓸고 간 마산 어시장도 초토화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바람 태풍' 성격이 강했던 매미는 경상남·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강풍에 인한 시설물 파괴, 단전, 단수, 집중호우 등 막대한 피해를 한반도에 안겼다. 당시 매미의 '위험 반원(태풍의 우측 반원)'에 위치했던 부산에서도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최대풍속 49m/s의 강풍으로 부산항 자성대 부두의 초대형 크레인 여러 대가 속절 없이 쓰러졌고, 해운대구 우동에 정박 중이던 선박형 해상관광호텔도 기울어지면서 바다에 처박히고 말았다. 여기에 만조와 해일이 겹친 탓에 낙동강 하구 인근 마을과 비닐하우스가 온통 물에 잠기며 피해가 커졌다.

2003년 9월 15일 태풍 매미로 나흘째 정전이 계속된 경남 거제시 신현읍의 한 가게에서 촛불을 밝힌 채 주민들이 양초와 음료수등 생필품을 사고있다. 거제=고영권 기자

2003년 9월 15일 태풍 매미로 나흘째 정전이 계속된 경남 거제시 신현읍의 한 가게에서 촛불을 밝힌 채 주민들이 양초와 음료수등 생필품을 사고있다. 거제=고영권 기자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관통하며 집중호우를 뿌리는 가운데 강원 강릉시 장현저수지 제방의 붕괴가 우려되자 하류지역 주민들이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긴급히 구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관통하며 집중호우를 뿌리는 가운데 강원 강릉시 장현저수지 제방의 붕괴가 우려되자 하류지역 주민들이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긴급히 구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02년 9월 2일 강원 강릉시에서 군 장병이 태풍 루사로 폐허가 된 주택가를 복구하고 있다. 강릉=AP 연합뉴스

2002년 9월 2일 강원 강릉시에서 군 장병이 태풍 루사로 폐허가 된 주택가를 복구하고 있다. 강릉=AP 연합뉴스

이튿날인 13일 새벽 3시경 경북 울진군을 통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매미는 오호츠크 해상에서 소멸했다. 당시 매미로 인한 국내 사망·실종자만 130명, 재산 피해는 4조2,225억원에 달해 역대 2위의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2 한반도 관통하며 물폭탄 쏟아부은 호우 태풍 '루사'(2002년)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하기 1년 전인 2002년 8월 31일. 한·일 월드컵 4강의 감동과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 태풍 '루사'가 최대풍속 36m/s, 중심기압 960hPa의 세력을 유지하며 전남 고흥군 일대에 상륙했다.

직경 1,100km에 달하던 대형 태풍 루사는 한반도의 중앙부를 관통했다. 고위도로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해지는 다른 태풍과 달리 강한 비구름대를 동반하고 상륙한 루사는 그 위력을 유지한 채 매우 느린 속도로 소백산맥 일대 지역과 영동 지역에 22시간에 걸쳐 집중호우를 들이부었다.


2003년 9월 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간 강원 강릉시 강남동 수해 현장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가옥과 건물이 파손돼 있다. 강릉=김재현기자

2003년 9월 1일 태풍 루사가 지나간 강원 강릉시 강남동 수해 현장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가옥과 건물이 파손돼 있다. 강릉=김재현기자


태풍 루사가 지나간 2002년 9월 5일 강원 양양 현북면 명지리 도로가 부서져 있다. 양양=홍인기기자

태풍 루사가 지나간 2002년 9월 5일 강원 양양 현북면 명지리 도로가 부서져 있다. 양양=홍인기기자


태풍 루사가 지나간 2002년 9월 3일 강원 동해시 삼화동의 한 주유소 주차장에 급류에 휩슬려 토사에 매몰된 차량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풍 루사가 지나간 2002년 9월 3일 강원 동해시 삼화동의 한 주유소 주차장에 급류에 휩슬려 토사에 매몰된 차량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강원 강릉시의 경우 시간당 100.5㎜, 일일 870.5㎜라는 대한민국 역대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고,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1981년 이후 30년 간 강릉시의 평균 연 강수량이 1,464.5㎜임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연 강수량의 60%에 해당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당시 어마어마한 비를 뿌린 루사로 인해 강릉을 비롯해 강원 고성과 양양, 동해, 삼척, 주문진 등 영동 지역 하천 대부분이 범람했다. 또한, 갑자기 불어난 계곡 물이 가옥과 도로를 덮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루사로 인한 국내 사망·실종자는 246명, 이재민도 8만8,000여명에 달했다. 재산 피해액은 5조1,419억 원으로 역대 국내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액 중 최고로 기록됐다.

2002년 9월 2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 삼척시 미로면 계곡 반파된 집 앞에서 한 주민이 빨래를 하고 있다. 삼척=최흥수 기자

2002년 9월 2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 삼척시 미로면 계곡 반파된 집 앞에서 한 주민이 빨래를 하고 있다. 삼척=최흥수 기자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2002년 9월 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월현천 제방의 붕괴로 무곡마을의 가옥이 지붕만 남긴 채 침수돼 있다. 경남신문제공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2002년 9월 2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월현천 제방의 붕괴로 무곡마을의 가옥이 지붕만 남긴 채 침수돼 있다. 경남신문제공


#3 매미·루사에 맞먹는 태풍 '힌남노' 북상 중

20년 전의 역대급 태풍 매미와 루사에 맞먹을 정도로 강한 태풍 힌남노가 오는 6일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상륙 시 중심기압 925hPa, 최대풍속 51㎧(184㎞/h)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의 상륙 당시보다 중심기압은 낮고 최대풍속은 더 빠르다. 매미와 루사를 뛰어넘는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정부는 한반도가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4일부터 7일까지 기상 예보에 귀 기울이고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2일 오후 4시50분 기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느린 속도로 북상을 위해 자세를 바꾸고 있다. 기상청 캡처

2일 오후 4시50분 기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느린 속도로 북상을 위해 자세를 바꾸고 있다. 기상청 캡처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2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해양경찰 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2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해양경찰 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서귀포=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서귀포=뉴스1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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