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나는 새것이 아닙니다?" 영국 코카콜라엔 있고 한국엔 없는 것

입력
2022.09.04 12:00
수정
2022.10.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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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도시 한달살기]
⑨영국 기업들의 플라스틱병 재활용
정부 정책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산업 활성화
코카콜라, 30개국서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중
한국 정부는 올해 2월에야 허용... 제도 뒤처져

영국 런던의 한 마트에서 산 생수병입니다. "I'm not new to this"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런던=이수연PD

“I’m not new to this(나는 새것이 아닙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의 한 마트 생수병에 알쏭달쏭한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병 아래면을 보니 금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이라고 적혀있거든요.

한 번 사용한 물병을 다시 물병으로 만드는 '보틀투보틀(bottle to bottle) 재활용'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이미 페트병에 쓰인 플라스틱이 다시 물병으로 쓰였으니 ‘새것(new)’이 아니라는 의미이죠.

이 로고의 주인공은 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 ‘스마트워터’입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매년 1억2,000만 병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생수병을 영국 코카콜라는 2019년부터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습니다. 500㎖ 이하 콜라병도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그 외 병에는 5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병을 아직 만날 수 없습니다. 음료수 병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는 게 지난 2월에야 가능해졌는데, 아직 제품화한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영국에서는 물을 사기 위해 어느 마트를 들어가도 재활용병을 사용한 제품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세 부과… 시장을 만들었다

영국 한 마트에 코카콜라 음료 제품이 진열돼있습니다. 전부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입니다. 런던=김현종 기자

실제 영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병 제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생수회사인 하일랜드 스프링, 종합음료회사인 다논(생수 에비앙), 네슬레(생수 벅스턴), 브릿빅(생수 발리고완)등이 해당합니다. 이리 만지고 저리 구겨봐도 일반 페트병과 질감·색깔·모양 면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영국에서도 이런 물병이 하루아침에, 자발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영국 정부는 2017년부터 일회용 페트병 규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는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품 비중이 30% 미만인 경우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톤당 200영국파운드(약 31만 원)로,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죠.

그사이 기업들은 발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세금을 내긴 싫으니 미리미리 재활용 플라스틱병 시장을 구축한 거죠. 재활용 페트병이 뚝딱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재활용 플라스틱을 식품 용기에 쓰려면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전의 재활용품으로는 그 기준을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라벨이나 잉크,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은 ‘순수 투명 페트병’만을 골라낼 수 있어야 했고, 그것을 깨끗하게 세척하여 순도 높게 재가공할 공장도 필요했습니다. 그런 플라스틱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했죠.

영국의 폐기물 처리업체 비파(Biffa)의 한 공장에서 폐기물을 재질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BIffa 제공

예컨대, 네슬레(벅스턴)는 영국의 폐기물 처리업체 ‘비파(Biffa)’에서 병을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비파는 2019년에 영국 더램(Durham) 카운티에 2,750만 파운드(약 430억6,445만 원) 규모의 재활용 공장을 지었습니다. 광학선별기·금속감지기·습식분쇄기·건조원심분리기 등 고품질 재활용을 위한 설비들을 갖추고 있죠. 한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페트병이 4,000kg, 연간 13억 개의 페트병을 다시 병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 신호를 보내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 수요’가 생겼고, 그에 따라 재활용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늘리며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것입니다. kg에 310원 정도 세금만으로요.

코카콜라 30개국서 재활용병 공급하는데… 한국은 제외

이런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음료병에 재생원료를 25% 이상 쓰도록 규제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올해부터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코카콜라는 미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위스·일본 등 30개국에서 100%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분리배출 의식이 세계 2위(OECD·2013년)라는 '재활용 강국' 한국은 이 목록에서 제외돼있습니다.

2020년 코카콜라가 100% 재활용병을 공급하고 있는 국가(회색 동그라미)와 초록색 병에 담겨있던 음료수 '스프라이트'의 병을 투명으로 바꾼 국가(주황색 세모)를 표시한 지도입니다. 코카콜라 제공

재활용 플라스틱을 식품용기에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있다가 지난 2월에야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법안이 통과된 지 7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공급망이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코카콜라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여 재활용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겠냐는 것이죠. 영국 브루넬 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5월 일반 페트병보다 재활용 페트병에서 '비스페놀A'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재처리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탓이죠.

연구진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보장하는 데엔 경제적 손실이 따르는데, 이는 재활용 산업이 곧 해결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했습니다.

갈 길도 멉니다. 영국 플라스틱 연합(BPF)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국 전체 페트 식품 포장 용기(약 35만 톤) 중 약 10%(약 3만5,000톤)만이 재활용품으로 조달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90%의 페트병은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활용에 힘쓴다’는 주장이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뒤따릅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한 폐기물처리장에 생수 페트병이 쌓여있습니다. 페트병 재활용에 기여하고 있다지만,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한 해 페트병 약 1,080억개 분량에 해당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에티오피아=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매일같이 새로운 환경재난 뉴스가 등장하는 지금,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재활용병 공급에 환경과 국민 건강 모두가 걸려있는 만큼 꼼꼼한 규제와 관리감독,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겠죠. 한국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페트병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런던 김현종 기자
런던 이수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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