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횡포 제대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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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유통비용과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에는 수수료와 배달비를 인상하여 물가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금년 초 배민 등 음식 플랫폼 업체와 카카오와 같은 택시 플랫폼 업체가 수수료 체계를 바꾸거나 고가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하였다. 쿠팡 등 유통 플랫폼 업체도 무료배송 최소구매 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하였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두 차례 판매 수수료를 평균 5%씩 올렸고, 프라임 회원의 회비를 17% 인상하였다. 뉴욕 주정부는 음식 배달앱 수수료가 매출의 30%까지 올라가자 식당에 부과하는 총수수료를 20%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마존은 유통혁명을 통하여 판매자에게는 판매비용 절감을, 구매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선물하였다. 긍정적인 아마존 효과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떤가. 판매자에게는 수수료 인상을 구매자에게는 배달비 인상을 통하여 혜택을 점차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부정적인 역 아마존 효과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독점적 플랫폼 업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판매자와 구매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선호하는 투자처 중 하나는 경제가 어려울 때도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독점적 기업이다. 독점적 기업은 가격을 인상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130여 개 나라가 경쟁법으로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제하는 이유다. 독점의 폐해는 실로 다양하다. 가격인상을 통한 소비자로부터 생산자로의 부의 이전, 독점력 유지에 자원을 허투루 사용하는 지대추구, 경쟁압력 부재에 따른 비효율적 경영, 경쟁기업의 투자기회 차단 등의 경제적 비효율을 야기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은 한쪽에 판매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에는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많을수록 잘 팔리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많아야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플랫폼의 간접 네트워크효과(indirect network effect)다. 소비자는 무료배달 쿠폰, 가격할인 쿠폰으로 인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없다. 플랫폼의 고착효과(lock-in effect)다. 이런 특징으로 플랫폼 업체는 사업 초창기에 이용자와 판매자를 모으려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무료쿠폰, 할인쿠폰, 저렴한 입점(거래) 수수료 체계를 고수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이득을 본다. 반면 플랫폼 업체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과정에서 경쟁에 밀린 플랫폼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플랫폼에 흡수된다. 살아남은 플랫폼은 더욱 거대해지고 결국 독점력을 갖게 된다. 독점력을 갖게 되면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하여 쿠폰을 줄이거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여 구매자와 판매자가 누리는 혜택을 줄이거나 없앤다.

비용 상승 대비 현저한 가격 인상을 착취적 남용행위라고 한다. 자사 상품·서비스우대, 경쟁 플랫폼 이용업체 차별 등 경쟁제한행위를 배제적 남용행위라고 한다. 거대 플랫폼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착취하거나 경쟁 플랫폼을 배제하는 행위는 전통 독점적 사업자와 다를 게 없다. 역 아마존 효과에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 경쟁당국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우리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