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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피해에 태풍 힌남노까지...추석 앞두고 타들어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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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까지는 가뭄으로, 지난달에는 잦은 비로 속이 탔는데 초강력 태풍까지 온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경북 포항 수인농원 대표 손종수씨
경북 포항에서 사과 재배를 하는 손씨는 5일 연락이 닿자 한심부터 내쉬었다. 보통 9월 중순인 홍로 수확 시기를 이른 추석과 태풍 소식에 앞당긴 손씨는 초대형으로 꼽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 한 가운데 포항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에 망연자실했다. 손씨는 "남아 있는 부사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면서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에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추석을 목전에 둔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강원과 충남 지역은 물론 힌남노 영향권에 들어간 남부지방 농민들까지 한숨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달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다. 지난달 30일 강원 횡성군 우천면에서 만난 최모(57)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8,624㎡(약 2,500평) 면적에 도라지와 더덕 농사를 짓는 최씨는 지난달 8일 집중호우에 3년 공들인 농작물이 모두 물에 잠기거나 진흙에 파묻혔다. 최씨는 "애지중지 기른 더덕과 도라지가 물난리 때문에 모두 썩어 5,00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허탈해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강원도에서는 특히 인삼재배 농가의 피해가 크다. 홍천에선 6년근 인삼밭 21㏊가 피해를 봤다. 홍천군의 한 인삼재배 농민은 "인삼의 경우 땅을 정비하고 수확하는 데 8년까지 걸리는 작물"이라면서 "이번 폭우로 농민들 피해가 어느 때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5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횡성군 공근면에선 둑이 터져 인삼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충남 지역도 피해가 심각하다. 부여에서 멜론을 재배하는 김모(60)씨는 집중호우와 폭염이 번갈아 덮치면서 올해 농사를 망쳤다. 3,300㎡의 비닐하우스에 추석 특수를 목표로 멜론을 재배했지만, 지난달 13일부터 16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 전체가 물에 잠겼다. 통상 벼는 하루 이상 물에 잠겨도 생육에 큰 지장이 없지만, 과일과 채소류는 침수가 1시간 이상 지속되면 상품가치를 잃는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김씨는 "물이 빠진 뒤 썩어 들어가는 멜론을 보기 싫어 모두 뽑아냈다"며 "재해보험으로 모종 값이라도 보상 받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여뿐 아니라 멜론 재배 농가가 밀집한 충남 청양군 장평면 분향리에서는 100동이 넘는 비닐하우스가 대부분 침수됐다. 농민 이모(72)씨는 "집중호우 때문에 멜론 8,400포기를 다 버려야 할 지경"이라며 "땡볕에서 몇 달을 피땀으로 키운 건데 당장 생계조차 막막해 참담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충남에서 피해를 입은 농작물 재배 면적은 688㏊로 집계됐다. 부여군이 460.8ha로 가장 많았고, 청양군 195㏊, 보령시 32.1㏊ 등도 피해를 입었다. 멜론 외에 고추와 수박 재배 농가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영남 지역 농민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경북 고령의 딸콤농장 대표 배하영씨는 "딸기 묘종 정식이 시작됐는데, 자칫 강풍으로 대형 비닐하우스가 날아가거나 집중호우로 잠기면 시설피해도 피해지만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양은 특산물인 고추에 병충해가 번져 수확량이 확 줄었는데 태풍으로 더 어려움이 전망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영양과 안동, 청송 등의 고추 수확량이 예년과 비교해 20~30%까지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와 제천에서도 사과와 고추 재배 농가에서 탄저병이 번져 농민들 시름이 커지고 있다. 강원 강릉과 태백에서 주로 생산되는 고랭지 배추는 폭염과 폭우가 지속되면서 무름병이 번져 수확량이 예전에 못 미친다.
농작물 피해는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일 기준 시금치 1kg 소매 평균가격이 1년 전보다 1만 원 정도 오른 3만511원을 기록했고, 배추 한 포기 소매 평균가격 역시 7,435원으로 1년 전보다 3,000원 정도 올랐다. 사과(홍로) 가격도 10개 단위 소매가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원 정도 오른 2만9,336원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민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석까지 배추와 무, 양파, 마늘, 감자 등 추석 성수품 14개 품목을 4,000톤 추가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 계획한 물량을 초과한 8만5,000톤을 이미 공급했지만,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일부 품목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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